[취재수첩] 미국 KEI 개혁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17-07-16 17:31   수정 2017-07-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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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 박수진 기자 ] 지난주 20여 명의 한국 전·현직 정치인과 관료, 학자들이 워싱턴DC를 찾았다. 이들은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하는 ‘2017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에 참석했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비공개로 열린 행사에는 미국 측에서도 3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대북 대응 문제 △통상·환율 △동아시아 외교 등 3개 분야로 나눠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정책 방향과 대응 방안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미나 후 일반 참석자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트럼프 정부 쪽에서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등 주로 민주당 정권 인사들, 도널드 만줄로 KEI 소장의 친구인 딕 더빈 상원의원(민주당) 등이 나왔을 뿐이다.

한 참석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을 파악하려고 왔다가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인사들만 만나고 간다”고 말했다. 새로운 얘기도 없었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항상 보는 ‘그 나물에 그 밥’인 초청 인사들”이라고 했다. 2억원 가까이 들었다는 행사는 보도자료 한 장 없이 소리 없이 막을 내렸다.

KEI는 1984년 한국 정부가 한국의 목소리를 워싱턴 정가에 전달한다는 취지에서 설립했다. 연간 3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지만 활동이 시원찮다. KEI 직원들은 미 정부를 상대하는 로비스트로 등록돼 있지만 로비 활동을 하지 않는다. 정책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씩 한국 손님(?)들을 데려다 세미나를 여는 정도다.

KEI 직원들은 부족한 예산과 인력 등을 탓한다. 한국 정부가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미국에서 KEI 등에 쓰는 한 해 예산은 전부해서 600만달러다. 같은 목적에서 쓰는 일본 정부 예산의 10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민간 기업들의 로비자금을 포함하면 한·일 격차는 더 커진다.

그러나 ‘없는 탓’만 하기 힘들다. 30년 넘게 물갈이 없는 이사진, 월급제로 운영되는 느슨한 조직문화, 한국 사회와 교류하지 않는 경영진 등 KEI의 내부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조직 존폐 여부를 포함한 과감한 개혁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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