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많을수록 매력 배가
'미래 서울' 계획 세워 추진해야
[ 임근호 기자 ] “‘서울로7017’은 서울의 특색 있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미국 유타대 솔트레이크시티캠퍼스에서 도시계획학과장을 맡고 있는 리드 유잉 교수(사진)는 서울역 고가를 개조해 만든 서울로7017을 걷고 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천 송도에 있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가 올해 도시계획학과를 신설한 것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도시계획을 공부하게 된다.
서울 적선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잉 교수는 “서울은 활력이 넘치고 전통과 현대적인 것이 잘 섞여 있지만 다른 외국 도시에 비해 랜드마크가 많지 않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특색 있는 장소나 건물이 많아야 관광객은 물론 거주자들도 도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로7017에 콘크리트를 줄이고 식물을 더 심었다면 좋았겠지만 서울의 랜드마크가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서 훌륭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처음 서울을 찾은 유잉 교수는 서울의 첫인상으로 “차가 많은 도시”라고 했다. 같은 대도시인 뉴욕과 비교해도 서울에 훨씬 차가 많고 도로가 넓다는 것이다. 그는 통계 수치도 꺼냈다. 뉴욕에선 전체 이동의 10%만이 자동차나 택시로 이뤄지는데, 서울은 이 비율이 25% 이상이라고 했다.
그는 “도보나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도시인데, 이런 부분은 서울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많이 걸을수록 거리에 활력이 넘치고 그만큼 도시가 매력적으로 변한다는 설명이다. “자동차는 빨라요. 운전자는 밋밋하고 특색 없는 거리도 지루해하지 않죠. 그래서 자동차 중심 도시에선 거리가 점점 심심하고 특색 없게 변합니다.” 그는 “서울을 구석구석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눈길이 갔던 장소는 청계천”이라고 했다. 도심 한가운데 개울이 흐르고, 그곳에서 시민들이 편히 즐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유잉 교수는 1973년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으로 석사, 1979년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바로 학계에 몸담지 않았다. 유엔개발계획(UNDP) 조사원으로 이란에 파견을 가고 미국 의회예산처 연구원, 애리조나주(州) 의원 등 공공부문과 정치권을 맴돌다 나이 40이 넘어서 학계에 정착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흔한 이력은 아니다”며 웃었다.
자동차 중심 거리, 통일성 없는 건물 높이, 혼잡한 광고판, 부족한 랜드마크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한 그에게 서울이 앞으로 바뀔 수 있을지 묻자 “100년이면 도시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는 끊임없이 재개발과 재건축 등을 통해 환골탈태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어떤 도시를 만들고 싶은지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일관성 있는 계획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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