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부추기는 최저임금
상여금·성과급 높은 대기업, 기본급 연동돼 임금 급등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아
"중산층이 저소득층보다 최저임금 인상 혜택 많다"
[ 강현우 기자 ]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근로자의 생계비, 노동생산성 등과 함께 소득분배율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내겠다는 게 정책목표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파른 인상으로 대기업 임직원과 공무원 등 고임금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영향권에 들면서 소득 재분배 기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호봉제 임금체계에서 최저호봉을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올리면 호봉표 전체가 올라가고, 기본급(호봉)에 연동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함께 불어나 고임금 근로자가 더 큰 수혜를 보기 때문이다.
◆왜 대기업이 더 오르나
사례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대기업 A사와 중소기업 B사는 모두 생산직 1호봉 기본급(시급)을 최저임금에 맞춘 6470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622만원으로 같다. 차이는 상여금과 성과급에서 나온다. A사는 상여금으로 기본급의 600%를, 성과급으로 통상임금(기본급+상여금)의 200%를 지급한다. 이를 반영하면 신입 근로자 연봉은 3200만원 수준이다. B사는 상여금으로 기본급의 200%를 주며 성과급은 없다. 신입사원 연봉은 2400만원 정도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6.4%)을 호봉표에 적용하면 A사 초임은 3971만원에 달한다. 700만원 넘게 뛴다. 반면 B사는 2786만원으로 인상 폭이 400만원을 밑돈다. 정부 목표대로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A사 초임은 5276만원, B사는 3700만원이 된다. 두 회사의 임금 격차는 올해 800만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1500만원 이상이 된다.
이는 두 회사의 초임을 비교한 결과다.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 체제에서 두 회사 근로자의 연봉 차이는 갈수록 벌어진다. 대부분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 생산직은 직장을 잃을 염려도 적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노조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할뿐더러 인건비 부담을 못 이긴 회사가 문을 닫으면 일자리 자체가 사라진다.
A사가 호봉 테이블을 전체적으로 올리지 않고 기본급 등을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하면 실제 지급하는 임금이 아무리 많더라도 최저임금법 위반(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그렇다고 호봉 테이블 간격을 줄이거나, 상여금 지급률을 연 600%에서 400%로 내리거나 하는 식의 임금체계 개편은 근로기준법의 ‘불이익 변경 금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조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평균 연봉 1억원 기업도 더 올라
고임금 제조업체인 C사의 지난해 기본급 호봉표는 1호봉 6137원~90호봉 1만1432원이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맞춰 1호봉이 7530원을 넘을 것이 확실해진다. 이 회사의 연 상여금은 기본급의 750%다. 지난해 9500만원이던 C사 근로자의 평균 연봉도 기본급 상승에 따라 1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여금 비중이 높은 고임금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더 많이 누리는 반면 지급능력이 열악한 중소·영세기업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산입범위 문제가 임금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혜택을 저소득층보다 중산층이 더 많이 본다는 실증 연구 결과도 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및 노동소득분배 영향 분석’ 논문에서 2015년 기준 최저임금 영향권 근로자 266만 명의 소득분위(1~10분위·소득이 많을수록 분위가 높음)별 분포를 분석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받는 근로자 가운데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1~3분위는 38%였다. 이에 비해 중산층에 해당되는 소득 4~7분위에 분포하는 근로자는 44%를 차지했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중산층 근로자 비율이 저소득층 근로자보다 많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당초 정책 목표와는 달리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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