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지만 석유 매장량은 기술발전에 힘입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석유고갈론 같은 잘못된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를 토론해보자.
끊이지 않는 석유고갈론
도로 위에 차가 넘친다. 이 차를 움직이는 것은 석유를 정제한 휘발유와 경유다. 많은 사람은 기름을 이처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석유가 고갈될 시기가 점점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1914년 미국의 광산국도 10년 내 미국의 석유 매장량이 바닥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에 석유는 고갈되지 않았다. 1939년 미국 내무부는 앞으로 13년간 사용할 석유만 남았다고 말을 바꿨다. 미국 내무부는 20년이 지난 뒤에 또 13년치밖에 남지 않았다고 반복했다. 1970년에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은 “다음 10년이 끝나갈 때쯤 우리는 전 세계의 확인된 석유 매장량을 모두 소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1970년대 초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는 기관인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0년대 초 석유 고갈을 예언하기도 했다.
과연 석유가 바닥날 것인가? 위 그래프는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이 집계한 세계 석유 매장량(proved oil reserve)이다. 1980년 6433억 배럴에서 1990년 1조 배럴, 2012년 1조5000억 배럴을 넘기더니 2014년엔 1조6556억 배럴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1조6627억 배럴이다. 30여 년 동안 매장량이 2.5배로 불어난 것이다. 이는 세계가 55.4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세계가 하루 약 9000만 배럴, 연간 300억 배럴을 퍼 쓰는 데도 매장량은 되레 늘고 있는 것이다.
기술 진보로 셰일오일 발견
석유 확인매장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술의 진보’다. 기술의 진보로 인해 석유 탐사가 쉬워졌고, 생산 기술이 발전했다. 같은 크기의 원전에서 더 많은 원유를 뽑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전 같으면 쓸모없었을 원유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시추와 탐사기술 발전하면서 셰일가스와 같은 비(非)전통 석유도 발굴되고 있다. 비전통 석유란 유전 채굴이 아닌 신기술로 사용 가능해진 석유자원(셰일오일, 오일샌드, 가스액화연료, 초중질유 등)을 가리킨다. 전통 석유 매장량이 최대 2조4000억 배럴이지만 비전통 석유는 7조~9조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석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에너지협의회(WEC)나 석유 전문가들은 석유생산 정점을 2060년께로 보고 있다. 현재 소비 수준이면 100년 이상 더 쓸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석유 시추와 생산뿐만 아니다. 기술 진보로 예전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같은 양의 석유를 채굴하더라도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서 더 오랫동안 쓸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진정한 자원
물론 지구 자원이 한정된 만큼 화석연료도 유한할 것이다. 유가가 뛸 때마다 석유 고갈론과 피크오일(peak oil) 이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하지만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나지 않았듯 석유가 부족하지 않아도 석유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셰이크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 전 석유장관의 말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를 쓴 비외른 롬보르도 “인류가 석기 사용을 중단한 것은 청동과 철이 더 뛰어난 재료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에너지 기술이 더 나은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석유 사용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핵융합 기술이 에너지를 만들 만큼 경제성과 효용성을 갖춘다면 석유라는 에너지는 더이상 필요없게 될지 모른다. 석유보다 가격이 낮고 에너지 효율성이 더 높은 에너지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석유를 시추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재 지구에 얼마나 더 에너지가 묻혀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것은 냉장고가 몇 개인지 모른다면 그 안에 먹을 것이 얼마나 있는지를 모르는 것과 같다. 석유 확인매장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석유의 뒤를 잇는 새로운 에너지는 지구 안팎에서 발견되거나 발명될 수 있다. 이런 기술의 진보를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자원은 석유와 같은 천연 자원이 아닌 인류다. 석유 고갈론자들은 자원이 비록 유한할지라도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김형진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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