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여유 있는 삶을 원한다. 엄청난 부자는 아니라도 의식주에 불편함이 없고 자녀 양육과 노후 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의 부를 바란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토마 피케티는《21세기 자본》에서 부를 축적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노동과 상속을 말했다.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빨라 부(富)와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한다는 것이다.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능가하는 사회에서는 흙수저가 금수저를 따라잡기 쉽지 않은데, 이것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 같다.
포브스코리아 ‘2017년 한국 50대 부자’ 가운데 상속형 부자는 31명으로 62%였다. 정보기술(IT)과 게임산업 등의 발전으로 자수성가형 부자가 많이 늘었지만,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상속형 부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임금 노동자가 본격적으로 출현한 것은 조선 말기 1890년대부터라 한다. 최덕수 교수는《한국사 재조명》에서 당시 지주제가 강화되면서 쌀값 상승률이 농지 가격 상승률보다 높아져 자본의 토지 투자가 성행했다고 했다. 지대와 세금 인상으로 토지 매각에 몰린 농민들은 성장의 길이 막혔고 이로 인해 농민층의 분해가 심화했다. 한성(지금의 서울) 등 도시 지역에선 공장의 출현으로 노동자가 생겨났다. 한성 주민 가운데 임금 노동자 비율은 1904년 10.4%에서 1910년 17.5%로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임금 근로자는 1992만여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74%를 차지한다. 그중 임시 및 일용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의 50.3%로 반이 넘는다. 청년실업률이 10.5%로 높은데,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를 넘었다. 노동시장에 진입도 못 해보거나 양질의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넘친다. 양질의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데, 이런 상황에서 부의 불평등 완화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지키기 힘들 수 있다.
민족의 흥망성쇠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우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고 해석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말을 적용하면, 부모로부터 재산과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의 환경적 차이가 부의 불평등이나 차별을 심화시킬 것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 선언문은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익에 바탕을 둘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불평등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유익해야 존재 의미가 있다. 부의 편중이 완화되고,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되며, 양질의 일자리가 넘치는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다.
이기화 < 다산회계법인 대표 pcgrd21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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