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리도 바람도 디자인한다"…삼성의 디자인 심장부 '서울R&D캠퍼스' 가보니

입력 2017-07-19 17:04  

디자인경영센터, 1500여명의 디자이너 상주
소비자 중심 디자인 무풍에어컨, "디자인과 기능의 완벽한 조화"



"예전에는 디자이너를 모시러 다녔는데, 이제는 우수한 디자이너들이 지원서를 냅니다. 인재들이 이렇게 찾아온다면 그만큼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 아닐까요?"(삼성전자 관계자)

몰랐다. 세계적인 디자인 인재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는 곳. 그 곳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 녹지 사이에 이렇게 큰 규모로 자리하고 있을 줄을 말이다. 그것도 디자이너만 1500명이라고 하니 가늠이 쉽게 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9일 전체 언론을 대상으로 우면동의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를 첫 공개했다. 약 5만3000㎡의 부지에 6개동, 사택과 어린이집 등으로 구성됐다. 2015년 11월 말 입주를 시작해 현재 5000명 가량이 종사하고 있는 연구·개발(R&D) 특화 사업장이다.

이 캠퍼스에는 디자인, 소프트웨어센터,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s)연구소, IP센터 등 회사의 미래 사업역량 강화에 핵심적인 기능들이 모여 있다. 디자인경영센터와 각 사업부에 소속된 15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가전제품을 비롯해 휴대폰, TV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삼성전자 디자인의 심장부인 셈이다.

심장부인만큼 삼성전자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디자인 스토리와 과정을 공개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에어컨인 '무풍에어컨',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등을 대표 사례로 설명했다.

고뇌에 찬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받아 연필로 쓱쓱 디자인을 해나가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꾸준한 리서치와 연구를 통해 제품의 기능은 물론 사용자들의 편리성을 감안한 디자인 과정이었다. 제품을 켜고 끌 때의 소리, 제품의 기능을 최적화시킬 수 있는 각도까지 계산하는 디자인이 있는 곳이었다.

◆삼성전자 디자인 경영, 2001년 '디자인경영센터' 출범 후 급성장

삼성의 디자인은 1971년 2명의 디자인 담당 직원에서 시작됐다. 직원을 늘리거나 조직을 확대하는 것 정도에서 그치던 삼성전자는 1996년을 ‘디자인 혁명의 해’를 선포한다. 디자인 조직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인재를 국내외에서 활발히 영입했다.

2001년 CEO직속 조직으로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하고 ‘밀라노 디자인’ 선언이 2005년 이어지면서 디자인 우선주의는 빛을 발한다. 이 혁신의 끝에는 2015년 개관한 '서울 R&D캠퍼스'가 있다. 현재는 서울 외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인도 델리, 일본 도쿄, 브라질 상파울루 등 해외거점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 R&D캠퍼스가 완성되고 가장 혁신적으로 디자인된 제품을 꼽으라면 '무풍 에어컨'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송현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무풍에어컨은 개발 초기부터 개발과 디자인 부서간 협업이 긴밀히 이루어진 과제였다"며 "단순히 제품의 조형미 뿐만 아니라 성능과 편리성을 보여준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송 상무는 2011년부터 5년간 이뤄진 무풍에어컨의 디자인 스토리를 설명했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의외로 '스피커'였다.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골고루 전해지는 것처럼 냉기도 그렇게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다음 문제는 '어떻게'였다. 스피커와 같은 천소재가 아닌 다른 소재를 찾아야 했다. 수많은 구멍을 어떻게 뚫을지도 고민이었다.

무풍에어컨은 그렇게 탄생됐다. 리얼 메탈에 13만5000개의 마이크로홀이 냉기를 전해준다. 작년 1월 첫 출시된 이래 국내 에어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출시 18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만 55만대에 이른다.

◆스피커, 활, 수리부엉이…외의의 곳에서 받는 '디자인 영감'

바람이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도 디자인을 통해 해결했다. 냉기는 무거워서 가라앉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로 냉기를 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활을 쏠 때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는 모습에 영감을 받았고 3도 정도 위를 향해 본체를 기울였다. 무풍에어컨이 냉기를 짧은 시간에 더 멀리 퍼뜨릴 수 있는 비결도 디자인에 있었다.

실외기의 경우도 디자인 효과를 봤다. 수리부엉이가 사냥을 할 때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 소음 없이 날갯짓을 하는 데서 착안했다. 팬에 홈을 파 소음을 줄이고 전력효율은 30%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스탠드 에어컨은 보통 거실에서 얼굴 역할을 한다. 3개의 원형 바람문은 개기월식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크리스탈 블루 라이팅’은 바람의 세기에 따라 파장의 크기가 조절된다. 중간에 있는 바람문에는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이 적용됐다. 홈 익스피리언스(Home Experience) 랩을 통해서다.

매년 500여명의 소비자들을 초청해 UX 디자인을 지원하고 있었다. 사택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정 집에 설치된 랩이다. 30여개의 제품이 설치돼 초청된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는다. 이를 통해 기능들을 사용자에 맞추고 수정하면서 디자인을 최적화 하는 곳이다. 에어컨 운전 기능 안내 시 정보를 텍스트, 이미지, 음성으로 같이 제공하는 사용자의 직관적인 디자인이 이 랩에서 나왔다.

◆사용자 연구하는 '홈 익스피리언스랩'…소리연구하는 '사운드랩'

사운드랩에서는 사운드디자이너들이 소리를 연구하고 만들고 있었다. 휴대폰에서 메시지를 받는 소리부터 무풍에어컨을 켜거나 끌 때 나는 소리, 냉장고를 조작할 때 나는 소리 등도 디자인되고 있었다. 이른바 삼성만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도록 ‘사운드 브랜딩’ 을 하는 곳이다.

사운드랩의 대표적인 작품은 2012년 발표된 ‘오버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이다. 벨소리에서 시작돼 각종 제품들에 사운드가 연결돼 사용되고 있다. 무풍에어컨에서는 전원을 켜고 끄거나, 온도를 설정할 때 발생하는 음을 제품 콘셉트에 맞춰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도록 개발했다.

이 밖에도 소재와 컬러를 연구하는 ‘CMF(Color, Material, Finish)랩’, 다양한 배경의 디자이너들이 관심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확장하도록 돕는 ‘디자인 라운지’ 등 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 이돈태 전무는 "삼성전자 디자인에는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낸다’는 철학이 일관되게 담겨 있다"며 "일상에서 의미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모든 디자이너들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략·제품·UX·그래픽·소재·컬러·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모여 삼성전자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있다"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디자인 기획, 사업부간 시너지 제고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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