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센터에 웬 드럼?…소리까지 디자인하는 삼성

입력 2017-07-19 17:22  

우면동 R&D캠퍼스 첫 공개

제품 개발부터 디자이너 협업
전자기기 최적의 소리 찾으려
전문 녹음실·타악기 등 갖춰



[ 노경목 기자 ]
‘에어컨을 켜면 가장자리에 푸른 불빛이 돌며 앞으로 튀어나오는 송풍기, 그리고 함께 흘러나오는 멜로디.’

지난해 출시 이후 삼성전자의 간판 제품으로 떠오른 무풍에어컨의 작동 모습이다.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2011년부터 5년에 걸쳐 하나하나 세심하게 디자인된 결과물이다. 디자인 전문가만 1500여 명으로 세계 최대 디자인 전문 조직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19일 서울 우면동 ‘서울 R&D 캠퍼스’를 처음으로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각종 히트제품의 디자인 비결을 공개했다. 5만3000㎡ 부지에 6개 동 규모로 조성된 서울 R&D 캠퍼스는 2015년 11월 입주를 시작했다. 디자인경영센터는 2개 동을 사용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최대한 자유로운 근무환경에서 창의적인 디자인에 몰두한다. 복장 규정은 당연히 없다. 반바지를 입은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근무시간 중인데도 디자인라운지에서 책을 읽고, 피트니스센터 트랙을 도는 직원도 보였다. 하루 최소 4시간의 근무시간만 지키면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쓰든지 간섭받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 개발자와 협업하며 구현하려는 성능에 최적화한 디자인을 고민한다. 무풍에어컨은 뒤쪽으로 3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찬바람이 더 멀리까지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디자인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넘어 소리에도 적용된다. 디자인경영센터 내에 있는 ‘사운드랩’에서는 제품을 켜거나 끌 때 나는 소리에 삼성전자의 브랜드 정체성과 제품 특징을 반영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5개의 전문 녹음실에서는 목소리부터 타악기까지 각종 도구를 활용해 최적의 소리를 찾는다. 갤럭시S8이나 무풍에어컨을 작동할 때 나는 소리도 여기서 나왔다.

이돈태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전무)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각종 기기가 연결되면서 여기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인도 델리, 브라질 상파울루 등 6개 해외 디자인 거점과 협업해 최고의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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