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안주 배송업체 나오자 "술이 주(主)가 돼선 안돼"
"법 테두리에서 창업했는데…" 청년 사업가들 울분
[ 김보라 기자 ] 벨루가는 지난 3월부터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해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시중에서 찾기 힘든 수제맥주 4병씩을 2주에 한 번꼴로 배송했다. 배송 때마다 맥주의 히스토리 등을 담은 소책자를 제공, 맥주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으며 회원 수가 빠르게 늘었다.
벨루가는 19일 돌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국세청이 이달 초 ‘음식점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만 배달하라’고 주류 고시 조문을 바꿨기 때문이다. 김상민 벨루가 대표는 “고시 변경에 대비해 셰프가 조리한 음식을 배달했지만 민원이 생겨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며 “주류 유통 혁신 모델이 안착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전문점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3월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 햄버거와 함께 캔맥주 배달 서비스를 했다가 두 달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세청의 모호한 주류 고시와 개정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행 주세법상 전통주를 제외한 나머지 술의 통신 판매는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작년 6월까지 ‘치맥(치킨+맥주)’을 배달시키는 건 불법이었다.
국세청은 작년 7월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맥주’를 합법화했다. 당시 전화로 주문받은 ‘치킨+맥주’, ‘족발+소주’ 등의 배달이 불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작년 4월에는 야구장 ‘맥주보이’ 논란도 있었다. 국세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야구장에서 맥주를 파는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나서면서다.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법이라며 여론이 들끓자 국세청은 부랴부랴 고시를 개정했다. 주류 판매 장소를 ‘체육시설이나 축제장 같은 공간’으로 확대해 ‘맥주보이’를 허용했다. 일반음식점의 주류 배달도 합법화했다.
수제맥주 회사와 스타트업 업계는 들썩였다. 맥주 당일 배송, 맥주 테이크아웃, 정기 배송 등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창업이 늘면서 기존 주류업체와 술집 등에서 견제가 생겨났다. 국세청은 “음식이 ‘주’고, 술은 ‘부’가 돼야 하는데 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회사가 많다”고 지적하며 지난 1일 주류고시 및 주세규정사무처리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전화로 주문받은 음식을 주류와 함께 배달할 수 있다’는 조문을 ‘전화로 주문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에 주류는 부수하여 배달할 수 있다’고 개정했다.
관련 스타트업과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청소년 보호 등을 이유로 주류 관련 법이 엄격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여론 때문에 모호한 법 개정을 해놓고, 그 피해를 법에 따라 창업한 사람들이 받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에 대한 불만도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집에서 치킨 한 마리에 맥주 열 병을 배달시키는 건 되고, 수제맥주집에 맥주 한 병과 안주를 주문하는 건 안 된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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