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안전보다 리스크 택할 때 '저비용 혁신' 가능하다

입력 2017-07-20 20:19   수정 2017-07-21 07:15

나인-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

조이 이토, 제프 하우 지음 /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328쪽 / 1만5800원



[ 마지혜 기자 ]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는 2007년 “아이폰이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1977년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회사이던 디지털이큅먼트의 켄 올슨 회장은 당시 “개인들이 가정에 컴퓨터를 구비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의 예언은 완벽하게 틀렸다.

세계 산업계를 주도하는 선구자들조차 한치 앞을 제대로 내다보기 어렵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안에 있는 미디어융합연구소 MIT 미디어랩 소장인 조이 이토와 객원연구원 제프 하우는 《나인-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에서 “새로운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생각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MIT 미디어랩을 참고 사례로 제시한다. 숱한 기술적 변화에 수많은 회사와 연구소가 몰락하는 가운데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을 탄생시킨 연구소다. 이어 MIT 미디어랩 내부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는 아홉 가지 원칙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푸시(push)보다 풀(pull) 전략’은 자원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조직화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풀 전략’은 자재나 정보를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참가자의 네트워크에서 자원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비용을 줄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반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늘려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도쿄전력은 무능력했다. 관료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을 밟느라 시의적절한 대책을 내는 데 실패했다. 당시 저자 이토는 친구들과 자체 계획을 수립했다. 방사능 측정기기인 가이거 계수기를 제작해 곳곳에서 측정했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배포하는 일에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안전보다 리스크’ ‘이론보다 실제’ 등의 원칙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한 회사는 조이의 프로젝트에 60만달러를 투자할지 결정하기 위해 성공 가능성 조사를 의뢰하는 데 300만달러를 썼다. 리스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도 때문에 60만달러짜리 ‘실제’보다 300만달러짜리 ‘이론’을 택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이토는 “‘안전보다 리스크’가 무책임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저비용 혁신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 원칙을 채택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권위보다 창발’ ‘순종보다 불복종’ ‘능력보다 다양성’ 등의 원칙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혁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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