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수행에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가진 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걷을 테니 대다수 국민은 안심하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이는 국민을 편가르는 것이며 대기업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일방적 증세도 무방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가급적 증세를 않겠지만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증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증세와 관련해서는 대상자인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은 물론 다른 국민들에게도 전혀 양해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부자와 대기업’들로부터는 언제 어떻게 뺏어도 상관없다는 로빈후드식 생각이라면 곤란하다.
물론 문 대통령 공약집에는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 ‘재원 부족 시 법인세 최고세율 원상 복귀’ 등의 내용이 들어 있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을 마치 무슨 포로 다루듯 하는 증세는 형평성을 잃은 조치다. 결코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올해는 세율 인상이 없다”던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나 김동연 경제부총리 발언이 하루아침에 뒤집힌 것도 문제다.
게다가 ‘부자 증세’로 더 걷히는 세금은 5년간 19조원으로 100대 국정과제 달성 비용(178조원)의 10%에 불과하다. 세수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갈등과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여당 내에서조차 “정부 구조조정 없는 증세는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이상민 민주당 의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기 바란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