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발(發) 증세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고 있다. 최대 정책 이슈에 대한 정부 내 경제팀장 견해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전해진 게 없다. 경제부총리는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면서 세금 정책의 주무 장관도 겸하고 있다.
지난주 정부는 매우 중요한 행사를 잇달아 열었다. ‘100대 국정과제 보고회의’와 ‘국가재정전략회의’였다. 둘 다 대통령이 주재한 행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이틀간에 걸친 일종의 끝장 토론회였다. 두 행사를 거치면서 ‘증세 없는 공약 이행’이 결국 대통령까지 나선 증세론으로 급선회했다. 경제팀장이자 주무 장관인 김 부총리는 이 과정에 대해 뭔가 분명한 자신의 견해를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부총리에 지명된 뒤 줄곧 “소득세와 법인세율 인상은 없다”고 해왔기에 그래야 할 책무는 더욱 커진다. ‘증세 불가피’로 판단이 바뀌었다면 더욱 바뀐 입장과 배경을 밝히는 게 순리다.
이런 중요한 국면에 ‘경제부총리가 안 보인다’는 지적은 당사자 본인만을 향한 얘기는 물론 아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강성 이미지’의 요직들과 협의 채널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다. 증세론이 불거진 과정을 보면 여당도 김 부총리에게 그다지 우호적인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과 ‘심리적 거리’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제부총리가 정책에서 소수파가 되고, 심지어 의견 개진도 편치 않은 상황은 우리 경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재정전략회의 둘째 날 4시간30분 동안 내내 침묵했다기에 하는 말이다. 경제부총리가 겉돌면 여소야대 국회와 정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두 달 만에 또 나온다는 부동산 대책은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다 맡겨둘 것이며, 향후 증세 논쟁은 누가 가닥을 잡을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기용하면서 “거시적 통찰력과 조정능력이 검증됐고, 과감한 추진력을 중요하게 고려했다”며 “이 시기 경제부총리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이 16.4% 올라가는 과정에도, 탈(脫)원전이라는 국가적 현안에서도 경제부총리는 없다. 경제부총리가 청와대와 여당의 결정 사항을 단순히 집행하는 자리는 결코 아닐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