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의 데스크 시각] 갑과 을의 상생은 가능할까

입력 2017-07-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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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완 생활경제부장 psw@hankyung.com


[ 박성완 기자 ] 가맹사업을 뜻하는 프랜차이즈는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특권을 주다’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 누군가의 성공한 사업 모델을 다른 사업자들이 일정한 비용을 내고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프랜차이즈는 태생적으로 ‘상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지금 한국 프랜차이즈들은 부정적인 ‘갑을(甲乙) 관계’의 대명사가 돼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선의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

프랜차이즈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과거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1950년대 미국 프랜차이즈 중에는 가맹점에 설비와 식재료 등을 비싸게 팔아 점주의 불만을 산 곳들이 있었다. 가맹본부가 재료 납품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는 게 관행이었고, 초기에 높은 가맹비를 받은 뒤 가맹점 관리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로열티에 기반을 둔 지금의 미국식 프랜차이즈 모델을 정립한 것은 맥도날드다. 1954년 맥도날드 형제에게서 가맹점 사업권을 받아 ‘맥도날드 제국’으로 키운 레이 크록은 초기 가맹비를 대폭 낮추는 대신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가맹점주가 장사를 잘해야 본사도 돈을 버는 ‘구조’를 짠 것이다.

로열티란 기본적으로 브랜드 자산의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지급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현재 미국에선 직영점 성공 모델 없이 가맹사업이 이뤄지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품질과 브랜드 관리를 위해 각종 물품을 본사가 공급하지만 공동구매에 따른 규모의 경제로 시중보다 저렴한 게 일반적이다.

국내 프랜차이즈업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가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나서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때마침 몇몇 오너의 불미스러운 일까지 겹쳤다.

나라마다 ‘상대적 약자’인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다. 우리나라도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본부와 점주가 지켜야 할 사항들이 열거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갑질 논란이 커지자 지난 18일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내놨다. 본부의 정보공개 범위 확대, 오너나 본부 임직원의 위법·부도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본부는 오너 가족 등 특수관계인의 가맹사업 참여 여부와 거래관계에서 받은 리베이트도 밝혀야 한다.

‘장사 원리에 어긋나는’ 필수품목 원가 공개와 최저임금 논란에 난데없이 끼어 들어간 ‘최저임금 인상 시 본부에 가맹금 조정 요구’ 등을 제외하면 업계도 수긍할 만한 조치라는 분위기다.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이 아니라 이참에 본부와 점주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 만들기’를 고민해야 한다.

규제만큼 을의 책임도 커져

규제가 촘촘해지면 을의 책임도 커진다. 불법은 고발하면 되지만, 돈을 못 벌어도 정보 부족이나 본부 때문이라고 따지기 더 힘들어진다. 금융투자상품의 약관이 길어질수록 문제가 생겼을 때 보상받기 힘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을의 박수에 들뜨지 말고 무엇이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보공개는 신뢰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진짜 을의 통곡은 공정위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대형 업체가 아니라 실체도 없이 예비창업자를 홀리는 ‘유령 프랜차이즈’ 때문이라는 걸 모른 척하지 말아야 한다.

박성완 생활경제부장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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