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제약회사 화이자가 아일랜드의 엘러간을 1600억달러에 인수합병한 뒤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하려던 계획이 대표적이다. 미 정부가 인수에 반대하고 세금 회피를 무산시키기 위한 강력한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없던 일이 됐지만 기업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당시 미국의 법인세율이 35%로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 세율보다 13%포인트나 높다며 택스 인버전은 미국 기업들이 법인세 부담을 절반 가까이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영국도 24%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의 햄버거 체인 버거킹이 캐나다 최대 커피·도넛회사인 팀호튼을 인수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캐나다의 법인세율이 26.3%여서 버거킹이 합병회사의 지주사를 캐나다에 두는 것만으로 법인세를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세금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기업을 향해 ‘경제적 애국심’을 발휘해 스스로 본사 이전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또 기업들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비애국적 행위를 하고 있다며 탈영병에 비유하기도 했다.
미 의회도 해외 기업을 인수한 회사는 3년간 본사를 이전할 수 없고, 35%의 법인세율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법안을 내놨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까지 나서 인수합병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무시한 입법이라며 경기를 오히려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미국으로 반입하지 않은 채 해외에 쌓아두고, ‘세금 경쟁력’이 낮은 미국보다 해외에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급기야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벌어졌고, 지난해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15%로 대폭 낮추고 해외 수익금을 국내로 반입 시 적용하던 35%의 세율도 1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지만 연내 입법이 불투명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1조84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고, 이 중 70%가 해외에 쌓여 있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조세정책을 꼽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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