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스위스는 50년 된 원전 가동하는데…우리는 세월호 취급"

입력 2017-07-23 18:25   수정 2017-07-24 05:48

월성 원전 1호기도 중단하나

'40년 이상' 원전 101기
1969년 운영 시작한
미국·스위스·인도 원전은 2019년까지 가동 계획

최신 안전기준 충족하면 노후 원전이라도 수명 연장
무조건 폐쇄하는 건 문제



[ 이태훈 기자 ]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에 이어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수명이 연장된 원전을 세월호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스위스는 1969년 지은 원전을 지금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원전 수명 연장은 해외에서도 드문 일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원전 수명 연장은 무조건 위험하다’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수명 연장 원전은 세월호”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수명이 연장된 월성 1호기의 운영을 정지할 수 있다고 밝혔고, 2030년까지 몇 기의 원전을 추가로 운영을 정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 외에 2030년까지 원전 10기의 수명이 만료되는데 이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공약집에도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 기존 원전은 대부분 설계수명이 30~40년이다. 가동을 시작한 원전 중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신고리 3호기만 수명이 60년이다. 전문가들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시 안전기준 등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무조건적인 수명 연장 금지는 전력 수급에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규 원전 건설을 중지하고) 노후 원전 가동까지 정지하면 현 정부에서는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을지라도 차기 정부부터 공급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1년 발생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원전 100기가 40년 이상

2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자로정보시스템(PRIS)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원전의 60% 이상이 운영된 지 30년이 넘었다.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447기인데, 이 중 가동한 지 30~39년 된 원전이 181기로 전체의 40%였다. 40년 이상 된 원전도 전체의 23%인 101기였다.

현재 세계 원전 중 최고령은 1969년부터 가동한 오이스터 크릭(미국), 타라푸르 1·2호기(인도), 베츠나우 1호기(스위스) 등 4기다. 이들 원전은 가동한 지 50년이 되는 2019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미국 오이스터 크릭은 설계수명이 40년이지만 200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20년간 추가 가동을 승인받았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일정 기간마다 기존 원전을 최신 안전기준에 맞추도록 하고 있다”며 “노후 원전이라도 최신 안전기준을 맞추면 가동을 연장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NRC는 오이스터 크릭 원전에 대해 냉각탑 설치 등 추가 안전 조치를 취하도록 했지만 기존 수명 연장 조치는 취소하지 않았다.

다만 원전 운영사인 엑슬론은 노후 원전을 계속 운영하는 게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9년까지만 가동할 계획이다. 미국은 원전 99기 중 88기가 60년 가동 승인을 받았고, 이 중 44기는 40년 넘게 가동 중이다.

인도 정부는 만성적인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원전에 기대고 있다. 타라푸르 1·2호기도 2019년까지 수명을 연장했다. 한 에너지 관련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1960년대 말에 지어진 원전도 50년 가까이 운영하는데 1980~1990년대에 지어진 국내 원전을 30~40년만 운영한다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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