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정원 규제에 묶여
대학들, 순위에 목맬 수밖에
중앙대는 '순위 조작' 사실 실토
[ 황정환 기자 ]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얼마 전 영국 런던에 있는 QS와 더타임스고등교육(THE) 등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두 곳을 방문했다. ‘대학 랭킹’을 매기는 여러 기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곳이다.
“서울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하지만 대학 평가업무에 정통한 서울대의 한 교수는 “어떻게 하면 평가 지표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팁(요령)을 듣는 자리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달엔 중앙대가 ‘자료 조작’을 이유로 QS 세계대학순위에서 아예 누락되는 일이 발생했다. 학교 측 진상조사 결과 대학평가 담당 교직원이 평가점수를 높이기 위해 고의로 졸업생 평판 조사 결과를 조작했음이 드러났다.
국내 대학들이 해외 평가기관의 ‘랭킹’에 얼마나 목을 매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학생 수 감소로 해외 유학생 유치에 혈안이 돼 있는 대학들로선 글로벌 평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학가 중론이다.
대학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로도 활용되는 경향이 있어 이 같은 종속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대 사례를 두고 대학 관계자들이 “언제든지 터질 만한 일”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평가기관마다 제각각인 평가 지표에 따라 순위가 갈리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랭킹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세종대는 최근 네덜란드 라이덴대에서 발표하는 ‘라이덴 랭킹’ 홍보에 열심이다. 세종대는 올해 평가에서 국내 5위(세계 623위)를 기록했다.
등록금 동결, 정원 제한 등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국내 대학들은 국립, 사립을 불문하고 국내 입학생 정원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유학생 숫자엔 별도 제한이 없다.
부족한 재정을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유학생 유치 실적과 직결되는 대학평가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게 국내 대학이 처한 현실이란 분석이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 관계자는 “사립대에 유학생 유치는 일종의 생존 문제”라며 “(중앙대 사건은)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평가 지표 맞추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국내 대학 현실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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