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인사팀이 분주해진 까닭은

입력 2017-07-24 11:47   수정 2017-07-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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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휴가를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의 조화, 근로자의 높은 행복지수가 업무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고요.

최근 들어서야 휴가를 근로자의 기본 권리로 인식하게 된 한국과 달리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이런 인식이 널리 확산해 있답니다. 근로자의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는 게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직장 만족도를 높여 이직률을 낮추고 기업 이미지에도 좋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 덕분이죠. 장기 휴가를 법제화한 국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가장 달라진 부분 중 하나도 바로 직장의 휴가 문화입니다. 일단 문 대통령부터 올해 연차휴가를 모두 쓰겠다고 밝혔죠. 덩달아 국무총리를 포함해 각 부 장관들도 다음달 잇따라 여름휴가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렇다 보니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예전만큼의 눈치보기식 휴가는 줄고 있다네요. 휴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건 비단 공기업과 민간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은행 얘기입니다.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이라는 타이틀 탓인지 한은은 상대적으로 민간 금융회사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한은맨’들조차 스스로를 ‘틀에서 벗어나는 걸 어려워하는 모범생’에 비유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런 조직 문화 때문인지 과거엔 여름휴가 및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2014년 취임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전 부서에 여름휴가 의무 사용 등을 주문했다고 하네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한 만큼 성과를 거뒀던 ‘농업적 근면성’의 시대가 지났다는 판단에서죠. 적절한 휴식이 오히려 업무 집중도와 몰입도를 높인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활발하게 여름휴가를 신청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자 최근에는 아예 인사팀에 미리 여름휴가 일정을 제출하도록 했답니다. 여름휴가 일정을 제출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일일이 인사팀에서 독촉 및 장려 전화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한은 한 관계자는 “과거엔 여름휴가 일정을 내고도 실제로는 출근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런 문화가 확연히 사라지고 있다”며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휴가 장려 분위기에 대한 호응도가 높다”고 전하더라고요.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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