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4조로 배 늘린다지만 우량·재해사업장만 지원대상
6백만 소상공인 중 1%도 못누려…전통시장 지원 늘리며 '생색'도
[ 조아란 기자 ] 서울 가산동에서 분식집을 하는 이모씨는 사업을 정리하고 업종을 바꿀지 취업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두고 한 달에 버는 돈은 200만원대에 불과한데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생계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씨와 같은 소상공인을 위해 지난 18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피해 보전안’을 내놨다. 핵심 내용은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기존 2조원에서 2022년까지 4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소상공인의 반응은 썰렁하다. 애초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은 대부분 우량 소상공인이나 재난을 당한 소상공인을 돕는 데 쓰이는 자금이어서 이씨 같은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업계에서 “정부가 문제와 관련 없는 사업 예산을 확대하면서 생색을 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은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2015년 도입됐다. 그러나 자금 사용처를 보면 우량 소상공인이나 재해 등 특수 상황에 있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약 2조원의 기금 중 1조7550억원가량이 융자에 투입됐다. 이 중 1조2464억원은 19개 시중은행이 운용했다. 부동산 담보가 있거나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발급한 보증서가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다.
나머지 5086억원도 재난·재해로 피해를 입었거나 최근 1년 이내 수출한 사업장 등으로 지원 자격이 한정됐다.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지난해 융자받은 소상공인 사업장은 4만8341개에 불과했다. 전국 600만 소상공인의 1%도 안 된다.
올해 기금 예산지출 계획 중 융자기금을 제외한 다른 사업(4313억원)을 봐도 62.6%(2699억원)는 전통시장 마케팅 지원, 온누리상품권 발행 등 전통시장 사업에 편성됐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측 대표로 참여한 김대준 위원은 “정부가 일반 소상공인과 큰 관련 없는 온누리상품권 예산을 늘리면서 최저임금 인상 피해를 보전해주는 것처럼 ‘눈가리고 아웅’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기금 규모를 늘리더라도 융자 비중은 여전히 클 전망이다. 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융자사업보다는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을 위한 직접 지원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아란 중소기업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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