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3개부문 없애고 각자대표 체제로

입력 2017-07-24 17:37   수정 2017-07-25 06:14

8월1일 조직개편

중간 관리 '부문' 없애 빠른 의사결정
"부문간 벽 허물어 시너지 내자"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맡아



[ 민지혜 기자 ] 애경그룹이 24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8월1일부터 생활항공, 화학, 유통부동산 등 3개 부문을 없애고 각 계열사를 책임경영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안용찬 생활항공부문장(부회장)은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 채동석 유통부동산부문장(부회장)은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는다.

이번 조직 개편은 지주사인 AK홀딩스와 계열사들의 중간 관리 역할을 하던 3개 부문을 없애 의사결정 시간을 줄이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각 부문에 속한 계열사 대표들이 부문장(화학부문은 공석)에게 보고하고, 그 결과가 경영을 총괄하는 채형석 AK홀딩스 총괄부회장에게 보고되는 방식이었다. 의사결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계열사별 시너지를 내는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 개편을 했다는 설명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의 매출 규모가 커진 데다 유통, 화학 등 각 사업마다 책임경영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은 오너 일가 부회장들에게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를 맡겼다. 기존 계열사의 대표이사 사장들과 각자대표 체제다. 생활항공부문장으로서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을 총괄했던 안 부회장은 제주항공 경영에만 전념하게 된다. 지난해 7476억원의 매출을 올린 제주항공은 올해 9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 ‘매출 1조 클럽’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중적으로 사업을 더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한 상장사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7.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다른 계열사보다 높은 편이다.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AK백화점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맡는 채 부회장은 그동안 유통에서만 경력을 쌓아왔다. 1991년 당시 애경유지공업(AK플라자 구로점) 이사로 유통에 발을 담근 채 부회장은 1993년 AK백화점 1호점인 구로점을 짓는 일을 맡아 했다. 유통에서 상무, 전무 사장을 거쳐 유통부동산부문장까지 올랐다. 이번에 애경산업을 맡는 것은 생활용품, 화장품을 만드는 애경산업에서 제조업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게 좋겠다고 그룹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채동석 부회장에게 더 늦기 전에 제조업에서도 경험을 쌓으라고 기회를 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애경산업은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채동석 부회장에게 기업의 체질 개선 등 상장 전후의 중요한 업무를 맡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경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을 지난 21일 사장단 워크숍에서 처음 발표했다. 현장에 있던 한 임원은 “채 총괄부회장 등이 워크숍에서 ‘백화점을 보유한 항공사도, 항공사를 보유한 백화점도 우리나라에 애경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AK백화점과 제주항공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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