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회장 "최저임금 인상 버텨낼 여력 없어"
[ 고재연 기자 ] 1919년 경성방직으로 출발한 국내 1호 상장기업 경방이 광주광역시 면사공장 절반을 베트남으로 옮긴다. 내년부터 시간당 7530원으로 오르는 최저임금을 더 이상 감내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방은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뒤에도 공장 자동화, 제품 프리미엄화 등을 앞세워 국내 공장을 유지해 왔다.
김준 경방 회장(54)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이사회를 열어 광주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했다”며 “섬유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이 결정되면서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방은 국내에 운영하는 광주, 용인, 반월 공장 중 가장 최신식 설비를 갖춘 광주 시설을 이전한다. 5만5000추의 면사를 생산하는 설비 중 2만5000추의 시설이다.
경방은 국내 섬유산업을 이끈 1세대 기업이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이념 아래 1919년 경성방직으로 출발했다.
‘민족의 희망’이던 경방은 전후(戰後) 한국 경제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 할아버지인 고(故) 김용완 경방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여섯 차례 지냈다. 김용완 회장의 아들이자 김준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도 전경련 회장을 지낼 만큼 경방은 국내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장 이전에 드는 비용은 약 200억원. 베트남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고 연간 임금 상승률도 7% 안팎이어서 충분히 이전비를 뽑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회장은 “사업을 할 때 제일 어려운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베트남은 ‘예측 가능한 시장’인 반면 (최저임금이 1년에 16.4% 상승하는) 한국은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 돼버렸다”고 털어놨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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