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성장한 그룹답게 과감한 의사결정”
이 기사는 07월21일(11: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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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는 나의 분신이다’
서울 남대문 상공회의소 5층에 자리잡은 SK그룹의 광고자회사 SK M&C의 대회의실에는 최태원 SK그룹이 친필로 쓴 글귀가 붙어있다. 약 8년전인 2009년 최 회장이 M&C를 방문했을때 쓴 글이다. M&C 직원들이 단답형 주관식 문제처럼 ‘M&C는 나의 ____다’라고 인쇄해서 내민 종이에 최 회장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분신’이란 단어를 적어넣었다고 한다.
다른 SK그룹 계열사에도 최 회장의 친필 격려사나 글귀가 붙어있다. 하지만 M&C 임직원들에게 ‘분신’이란 단어가 남달랐던건 SK그룹의 95개 계열사 가운데 드물게 창립한 회사여서다. M&C는 2008년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50%씩을 출자해 만든 회사다. 유공(대한석유공사) 한국이동통신 등 숱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한 SK그룹 내에서 모태기업인 선경을 제외하면 창립한 회사는 손에 꼽는다.
SK그룹이 몇년전 롯데그룹의 광고계열사인 대홍기획과 M&C의 M&A를 추진했을 때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던 건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SM엔터테인먼트의 SK M&C 인수는 예상을 뒤엎는 거래였다.
IB업계의 평가는 우호적이다. “롯데그룹과 함께 국내에서 M&A를 가장 잘하는 그룹답게 과감하게 사업재편에 나섰다”는 것이다.
SK M&C가 속한 SK플래닛이 2015년 751억원, 지난해 310억원 등 매년 적자를 내고 있어서다. SK플래닛의 실적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SK텔레콤의 주가에 반영돼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부가 많은 점도 부담이었다.
SK텔레콤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SK플래닛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추진했다. 하지만 관심을 보인 PEF들은 하나같이 8% 수준의 이익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3~5%의 이자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SK텔레콤이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룹내 광고자회사인 M&C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의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 때문에 SK M&C 매각 등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제휴는 SK플래닛과 관련한 고민을 상당 부분 해소한 거래로 평가된다. 침체된 광고시장을 감안할 때 매각금액(660억원)도 후한 편이어서 매각시점도 잘 잡았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이 SK플래닛의 적자로 흔들릴 대기업은 아니지만 M&A의 매각시점은 종종 그룹의 존립기반을 좌우하는 문제로 커지기도 한다. 한때 조단위 매물로 평가받던 동부메탈과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제때 팔지 않아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험에 빠진 동부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실기의 댓가를 치른 사례다. 반면 CJ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중반 CJ투자증권을 높은 가격(7050억원)에 팔아 도약의 자양분을 마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분신’이라고까지 했던 회사도 과감하게 팔 수 있기 때문에 SK가 지금까지 숱한 M&A를 거쳐 국내 5대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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