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이상열 기자 ] 문재인 정부가 25일 ‘사람 중심 경제’를 목표로 하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대기업·수출 중심인 기존 경제 시스템을 사람 중심으로 바꿔 양극화를 극복하고 ‘3% 성장’ 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요 또는 공급이 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수요와 공급을 함께 늘리는 ‘쌍끌이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일자리 중심 경제와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을 추진해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혁신성장’ 전략으로 공급도 확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불공정거래 관행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공정경제’를 통해 성장 과실이 경제 전반에 골고루 퍼지도록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발표된 경제정책 방향에는 일자리 중심 경제와 소득 주도 성장 전략, 그리고 공정경제에 대해선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 대책이 담겼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시작으로 주거, 의료, 교통, 통신, 교육, 복지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반면 혁신성장을 위한 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중소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중소기업이 공동 출자하는 ‘협업전문회사 제도’에 창업 수준의 지원을 하겠다는 대책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게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도 박근혜 정부 때부터 만들기로 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오는 8월 설립하고 올 3분기에 추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낸 보도자료의 맨 앞을 차지했을 정도다.
신산업 창출을 위한 핵심 조치라고 할 수 있는 규제 완화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규제 샌드박스(규제 없이 테스트 허용)를 도입하고 네거티브 규제(원칙 허용, 예외 금지) 원칙을 마련하겠다’는 한 줄만 자료에 들어갔을 뿐이다. 도대체 어떤 정책을 통해 혁신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하는 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경제철학의 전환》이란 책을 펴냈다. 그는 책에서 ‘수요를 늘리는 케인스식 단기 정책’이 아니라 ‘공급을 늘리는 슘페터식 혁신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슘페터식 공급 혁신 정책으로는 정리해고 같은 노동 유연성 제고, 수도권 토지 규제 해제, 대대적인 금융규제 완화, 이민의 대대적인 개방 등을 제시했다. 변 전 실장은 그러면서 “소득 주도 성장은 슘페터식 경제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혁신 성장’을 외치는 경제관료들이 곱씹어봐야 할 말이다.
이상열 경제부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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