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성공 뒤엔 스탠퍼드-UC버클리 경쟁 있었다"

입력 2017-07-25 19:57  

황성진 스탠퍼드대 경영학센터 석좌교수


[ 박동휘 기자 ] 황성진 스탠퍼드대 경영학센터 석좌교수(사진)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그가 1987년 새너제이에 첫발을 디뎠을 무렵, 실리콘밸리는 막 태동 단계였다. 황 교수는 “서부 ‘상놈’들의 로컬 현상에 불과하던 게 지금은 미국을 글로벌 1등으로 만든 근간이 됐다”며 “실리콘밸리 성공의 비결 중 하나는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간 테크놀로지 경쟁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에 대해 황 교수는 “다른 나라들이 따라가기 힘든 미국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네 가지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첫 번째는 대학이 혁신과 테크놀로지의 공급처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황 교수는 “스탠퍼드와 버클리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대학들이 끊임없이 경쟁하며 새로운 실험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상놈’ 문화도 중요한 동력 중 하나다. ‘신사’들이 모여있는 뉴잉글랜드 같은 동부가 아니라 이민자들이 밀집한 서부에서 혁신이 일어난 이유는 ‘헝그리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은 옛소련 출신이고 일론 머스크(테슬라 창업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제리 양(야후)은 대만에서 건너왔다”며 “단일민족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독립적인 연구기관의 장기 투자 역시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가능케 한 핵심 요소다. 황 교수는 “국립과학재단(NSF), 국립보건원(NIH),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같은 기관들은 중앙정보국(CIA), 미국 중앙은행(Fed) 정도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며 “이들이 20~30년 미래를 내다보고 대학에 집중 투자한 게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게놈 프로젝트만 해도 NIH가 돈을 대면서 시작됐다. 무인전차 개발을 원하던 DARPA는 카네기멜론대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함으로써 자율주행차산업의 초석을 놓았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라는 큰 내수시장이 있었기에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황 교수의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중국을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았다. “미국에 유학 갔던 중국 인재들이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가 창업에 나서는 등 기업가정신이 상당히 강하다”며 “실리콘밸리의 발전모델과 비슷한 경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발전 전략에 대해선 이스라엘 사례를 들었다. 황 교수는 “이스라엘이 글로벌 보안산업에서 미국을 앞설 정도로 패권을 쥐고 있다”며 “한국처럼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은 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 30여 명을 군대에 들어오게 한 뒤 최고 사양 슈퍼컴퓨터 등을 주고 보안과 관련한 연구를 시켰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무조건 미국 등을 모방만 할 게 아니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황 교수의 지론이다.

새너제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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