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피해 현실로…한국 자동차 산업 위기감
부품사 가동률도 절반으로…도산 우려까지
파업·통상임금 소송까지 겹친 현대·기아차
올 판매 목표보다 100만대 이상 밑돌 수도
[ 장창민/강현우 기자 ]
현대자동차가 지난 2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든 원인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쓰나미로 현지 자동차 판매량이 뚝 떨어진 탓이다. 특히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500억원이나 쪼그라들었다. 올 하반기 이후에도 뾰족한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현대차가 흔들리면서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왜 순이익이 더 줄었나
현대차의 2분기 매출은 24조308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억과 당기순이익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이 1조3445억원으로 23.7% 감소한 데 이어 순이익은 9136억원으로 작년 2분기(1조7639억원)보다 무려 48.2%나 줄어들었다.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 난 것이 결정타였다. 현대차의 2분기 중국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18만8600대) 감소했다. 중국 현지 합작회사인 베이징현대(지분율 50%)가 적자를 내면서 회사 전체의 지분법 평가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실적 부진은 영업이익이 아닌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에만 반영돼 순이익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상반기(1~6월) 매출은 47조6740억원, 영업이익은 2조5952억원, 당기순이익은 2조319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4%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6.4%, 34.3% 떨어졌다. 판매량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현대차의 상반기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219만7689대로 전년 동기보다 8.2% 감소했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중국 판매 계획을 연초 195만 대에서 117만 대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실적 발표를 앞둔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4%, 32%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동반 진출한 부품업체들도 빈사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현지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연쇄적인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00여 곳이 넘는 중견 부품업체의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은 최근 50~60%대로 떨어졌으며, 매출도 30~50%가량 쪼그라들었다.
한국, 멕시코에도 따라잡히나
현대·기아차는 올해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톱5’ 자리를 지키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상반기와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초 제시했던 연간 판매목표인 825만 대를 100만 대 이상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어서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연례 행사가 된 노동조합의 파업이 올해도 반복될 수 있다.
통상임금, 사내하도급 문제 등 노무 관련 소송도 위험 요인이다. 기아차는 패소 시 당장 지급해야 할 인건비 부담만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통상임금 소송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내하도급 직원들이 원청인 현대·기아차의 정규직임을 인정해달라는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대법원 판결도 연내 예고돼 있다. 현대차가 패소하면 정규직 전환과 함께 그동안 정규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던 임금과 하도급업체 임금의 차액도 지급해야 한다.
가뜩이나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파업 등의 여파로 전년 대비 7.2% 줄어든 422만8509대였다. 2005년부터 11년간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 5위를 유지하다가 인도(448만8965대)에 밀려 6위로 추락했다. 이제 7위 멕시코(상반기 188만4312대)에도 따라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창민/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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