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논의 '여·야·정 협의체'…야3당 속내 달라 험로 예고
[ 김채연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소득세 과세표준 3억∼5억원 구간의 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추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증세는 고소득자는 3억원 이상, 기업의 경우 2000억원 이상에만 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과세표준 5억원 초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안을 제시한 데 이어 이날 3억~5억원 과세 구간 신설을 확인한 셈이다. 내년 세법개정안에는 과세표준 3억~5억원에 대해 40%(현 38%), 5억원 이상은 42%(현 40%)로 인상하는 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면적인 세제개편 주장과 관련해선 “지금은 소득세와 법인세 두 축으로만 논의할 것”이라며 “사회적 공감대와 수용성이 중요하다. 나머지 세목과 세원 확대 문제는 지금 논의하는 게 맞지 않다”며 자본이득세 등 추가 증세 가능성을 부인했다.
전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증세를 논의하기 위해 야당에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증세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26일 조건부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여·야·정 협의체를 대하는 속내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증세 자체에 부정적이라 협의체 구성에도 반대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에서 다뤄야 할 것은 증세뿐 아니라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비롯해 국회에 계류된 법안 6400여 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산적한 민생현안”이라며 “이런 여·야·정 협의체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증세와 함께 개헌, 민생현안 등을 함께 논의한다는 전제로 협의체에 참여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바른정당은 여·야·정 협의체의 참여 조건으로 정부의 전면적 세제 개편안을 요구했다. 이혜훈 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5년 동안 문재인 정부 공약을 실행하는 데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한 전면적 세제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면적 세제 개편안을 정부가 내놓으면 바른정당도 세제 개편안을 들고 나가서 같이 협의하고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관건은 한국당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정 협의체는 여러 다른 목적도 포함되는 건데 갑자기 증세를 위한 협의체라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난 뒤 혼선이나 장기간 시간이 걸릴 경우 협의체가 논의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 원내대표는 다만 사견을 전제로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에 대해선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해 여야 간 증세 논의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어놨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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