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곧 연구용역
세수결손 등 돌발상황 염두에 둔 '출구전략'
차환용 물량 돌려 적자국채 신규 발행 추진
가뜩이나 '만성적자' 국가재정 악화 불 보듯
[ 임도원 기자 ]
정부가 국정과제 이행에 들어가는 재원 178조원(2018~2022년)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가정해 이를 메우기 위한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 검토에 들어갔다. 재원으로 쓸 세수(稅收)가 모자라면 총 국채발행 한도 내에서 차환용 국채까지 적자국채로 동원해 부족분을 채우는 방안이다. 가뜩이나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국가 재정을 더욱 악화시켜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차환용으로 적자국채 발행 검토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세수 부족 시 차환용 국채를 순증으로 돌리는 방안을 이르면 연말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는 신규로 발행돼 기존 물량에 더해지는 순증 국채와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국채를 갚는 차환 국채로 나뉜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차환용 국채를 순증으로 돌린 사례가 없었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법적으로 가능한지,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등을 검토해 법 개정 등의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세수 결손 등 예기치 못한 경제상황 발생 시 총 국채발행 한도 내에서 국채 발행을 탄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원 조달 펑크 가정한 ‘출구전략’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 검토에 들어간 것은 178조원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정부는 전체 재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82조6000억원을 임기 내내 경기가 좋을 것으로 가정하고 짠 세수 자연 증가분과 비과세·감면 축소 등으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가 꺾이면 이런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재원이 펑크 나면 결국 정부가 손쉽게 기댈 곳은 적자국채 발행밖에 없다.
현행 헌법과 국가재정법, 국채법 등에 따라 정부는 의회로부터 연간 발행한도를 승인받아 국채를 발행한다. 올해 국채 발행 한도는 103조7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순증은 37조6000억원, 만기 도래는 58조2000억원, 조기 상환은 8조원이다. 정부는 세수 부족이 발생하면 이를 채우는 적자국채를 순증 물량 한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매년 20조~40조원가량씩 적자국채를 발행했지만, 주로 기존 부채를 갚기 위한 차환용 발행이 많았다. 새 정부가 순증 국채 발행에 본격 나설 경우 적자국채 발행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국가 재정 악화 ‘불 보듯’
적자국채 발행은 필연적으로 국가 재정을 악화시킨다. 조기 상환은 같은 규모의 기존 채권을 줄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에 영향이 없지만 적자국채 등 순증 국채는 발행 규모만큼 국가채무를 늘린다.
국가 재정은 매년 악화일로다. 국가의 순(純)재정수지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조~40조원 적자였다. 올해도 약 30조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에서 대규모 재정 확장을 공식화했다. 집권 5년 동안 정부 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5~7% 수준으로 확대해 4%대인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과거 10년간 ‘균형 재정’과 ‘재정 건전성’을 내세운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연 5% 정도의 증가율을 유지하면 2020년 예산 지출 규모는 463조7000억원으로 기존 예상치보다 20조원 이상 커진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적자국채 발행은 결국 미래 세대와 다음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재원 조달이 어렵다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보편적 증세에 나서든지, 아니면 공무원 증원 같은 성장과 무관한 정책을 거둬들이든지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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