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현에게 있어 영화 '군함도'란 '축복'이자 몸에 새기고 싶은 '훈장'으로 남았다.
26일 개봉한 '군함도'(류승완 감독)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이 출연했다.
제작비만 220억 원이 들었으며 손익분기점 관객 수는 700만이다. 올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아직까지 한 편도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700만 역시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군함도'는 2017년 최고 기대작으로 주목되며 한국 영화 역대 예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이미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극 중 위안부 피해자 오말년 역을 연기한 이정현은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모두 털어놨다.
"사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가 캐스팅됐다고 이야길 들었을 때 부담이 너무 컸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스타들은 없고 이강옥, 최칠성, 박무영만이 있더라고요. 저 역시 연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어요."
이정현은 자신이 '군함도' 촬영 현장에 있었던 것을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촬영 중 생긴 화상 흉터는 절대 지우고 싶지 않은 '군함도'의 훈장이라고도 말했다.
배우들은 탄광, 지옥계단 등 비좁은 공간에서 고통스럽고 힘든 촬영을 감행했다. 이를 알기 때문에 중요한 신이 있을 때는 자신의 촬영분이 아니더라도 현장에 가서 서로 응원을 해줬다고. 촬영이 끝난 뒤에는 자주 회포를 풀며 소주잔을 비우기도 했다.
"감독님, 의상팀, 미술팀, 조단역 배우 등 한 분야의 프로들이 모여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한 덕에 행복한 현장이 된 것 같아요. 연기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곳이 행복했을 거예요. 이런 현장을 만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요?"
'군함도'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소재를 다루면서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화려한 캐스팅까지 많은 대작 요소를 갖췄다. '군함도'가 처음부터 높은 기대치를 받으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어요. 실제 역사를 봐도 조선인이 같은 조선인을 속이기도 하거든요. 역사적 사실을 축으로 영화적 스토리를 가미한 점이 너무 좋았어요. 보통 위안부 피해자를 떠올리면 슬픈데 '군함도'의 오말년은 원더우먼 같아요. 이 캐릭터에 저를 선택해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해요."
공식 손익분기점은 700만이지만 사실상 1000만 관객을 동원해야 만족스러운 성과라 볼 수 있다. 소지섭은 "1000만에 걸맞은 결과가 나와야 고생한 스태프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현은 좋은 결과만을 바라기보다는 혹시라도 작품의 의미가 왜곡되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이정현은 과도한 기대를 품고 있는 대중과 '군함도'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셨으면 좋겠어요. 2시간 안에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고생한 스태프들과 조단역 배우들에게 응원의 박수도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단,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조금 낮추고 보시길 바랍니다.(웃음)"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