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아들 이시형, 김무성 사위 마약사건 수사에서 제외…검찰 봐주기 논란

입력 2017-07-27 11:22   수정 2017-07-31 13:59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가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에 연루되었지만 수사선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밝혀졌다.

26일 KBS 2TV '추적60분'에서는 검찰과 권력 2부작 2편으로 '검사와 대통령의 아들' 편이 방송됐다.

'추적60분'에서는 죄를 지었어도 집안이 좋으면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법 앞에서 청렴결백해야 할 검찰이 사람을 가려가며 권력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 어느 마약 공급책의 고백

2014년 5월 24일 새벽.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투숙객이 텔레비전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얼핏 단순한 난동 사건으로 보였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호텔방 안에서 발견한 것은 쓰레기통에 버려져있던 주사기! 2015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형 마약 스캔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찰에 체포된 남성은 자신에게 마약을 판매한 이른바 ‘상선’ 단 한 사람만을 진술했고 검찰로 송치됐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가 검찰에서 추가로 진술한 ‘거물급 인물들’이 누구였는지.

“OO형 (김무성 사위), OO형(CF 감독), OO형(대형병원장 아들),

OO형(전직 대통령의 아들), OO형(마약공급책)

솔직히 말하면 자주 놀았지 항상“

-최씨(가명) / 마약 공급책의 상선-




■ 고위층 자제들의 마약파티, 그리고 사라진 이름

1년여가 지난 2015년 9월, 한 신문사에서 유력정치인의 인척이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른바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

현직 여당 대표의 예비사위와 대형병원장의 아들(의사), CF 감독 등이 연루된 대형 스캔들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런데 마약공급책인 서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 중 수사 단계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단 한 사람,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있었다.

'추적60분'은 스캔들에 연루된 해당 인물들의 친분관계를 확인하고, 이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강남의 클럽과 호텔 파티룸을 찾아갔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검찰에서 최초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마약공급책 서씨(가명)와 언론 최초로 인터뷰했다.

“수사를 아예 안한 거죠, 시작부터.

권력에 의한 수사 은폐죠.”

-김영수 (가명) /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 검찰은 무엇을 덮으려 했나 - 수사에서 구형까지 ‘봐주기’ 논란

취재 도중, '추적60분' 취재진은 상습 마약투약 혐의로 기소된 당시 여당대표 사위 이씨의 공소장을 입수했다. 이상한 것은 자택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17개 주사기와 관련된 혐의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 특히 현장에서는 투약 주사기 3개에서 남녀가 섞인 혼합DNA가 발견됐다. 함께 투약한 이들의 신분을 밝혀줄 핵심 증거인 주사기 DNA 수사는 과연 어떻게 이뤄졌을까. 또 한 가지 의문은 이씨가 구입했다고 밝힌 필로폰 3.45g 중 대부분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 범죄 혐의에 비해 이례적으로 낮은 구형량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해당 인물들 대부분은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난 상태.

경찰청 마약지능수사과장을 지낸 박상융 변호사는 "(김무성 의원 예비사위에 대해) 검사가 3년을 구형했다. 이례적으로 낮다"며 "대법원 양형 기준이 4년부터 9년이다. 그런데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구형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굉장히 그 당시 거기 머리 아프다고 했어요.

당연히 고민 되지 안 되겠어요? 관심들이 많으니까.

관계되는 것은 있으니까 보안 지키자고 엄청 (단속했어요)“

-검찰 관계자-


■ 과연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한가

사건 당시 김무성 대표의 사위 변호를 맡은 인물은 다름 아닌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

T·K·K (대구·경북·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지역, 대학교 출신이다. 전직 검사장 출신이 마약 사건의 변호를 맡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 특히 그는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이시형씨를 기소하지 않는 등 사실상 면죄부 수사를 했다는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사건의 담당검사 역시 T·K·K (대구·경북·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말기 청와대에 파견됐던 인물. 과연 이 모든 게 우연의 일치일까.

검찰 관계자는 "(김무성 의원 예비사위의 집에서) 총 9개의 주사기가 발견되었고, 또한 혼합 DNA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집에서 분명 은밀하게 가까운 사람과 (마약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용의 선상에 있었던 여성 연예인 A씨와 심지어 김무성 의원의 딸도 조사를 받았지만 함께 동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방송에서 "(김무성 의원 사위) 사건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정식적으로 선임계를 냈다"며 자신이 변호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는 마약 정황 사실이 포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선상에서 배제됐다.

이날 방송된 '추적 60분'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고위층 자제들 마약 스캔들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고, 검찰개혁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 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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