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종합세트’ 같은 이날 발표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학 설립자와 ‘2세 총장’이 사학재단과 대학을 사유화해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금액만 28억원을 웃돈다. 교육부 행보도 이례적이었다. 감사관실은 세종시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긴급 브리핑까지 열어 설명에 열을 올렸다. 예정에 없던 자료를 배포한 데 대해 감사관실 관계자는 “비리 정황이 상당히 충격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어 “지난해 정기 회계부분감사로 시작했다가 회계부정이 심각해 올해 종합감사로 전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가 언론에 사학재단 비리를 서둘러 공개한 데엔 그만한 목적이 있을 터였다. 수험생 보호 차원이라면 응당 학교명을 공개해야 하는데 교육부는 비공개를 고수했다. “실명을 거론하면 고발당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학교 측의 소명 등 재심의 절차가 남은 상태에서 학교명을 공개하기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이쯤 되니 교육부 의도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국내 사립대들은 비리 집단으로 매도당하는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방의 한 사립대 총장은 “국회와 정부가 일부 사학 비리를 마치 전체 사립대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입 전형료의 원가를 공개하고, 신입생 입학금도 폐지하라는 압박엔 이 같은 사립대를 향한 불신이 근저에 깔려 있다는 게 대학가의 공통된 인식이다.
요즘 주요 사립대 총장들을 만나 고충을 물어보면 “할 말은 많은데…”라며 말끝을 흐리기 일쑤다. 답을 정해놓고 닦달만 하는 정부에 무슨 할 말이 있겠냐는 호소다. 이날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립대 총장들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서울의 주요 대학 대부분이 불참했다. 교육부가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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