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블랙리스트는 헌법정신 위배·직권남용"

입력 2017-07-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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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징역 3년·조윤선 집행유예 등 관련자 전원 1심서 유죄

'국정농단' 범죄자 추락 김기춘
"은밀·집요했지만 협박 없어…강요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
조윤선, 블랙리스트는 무죄, 위증 혐의만 유죄…석방

박근혜 재판 영향 미칠까
직권남용 증인 겹쳐 관심…노태강 사직 강요만 공모 인정



[ 이상엽 / 고윤상 기자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실행하게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정치 권력의 뜻에 따라 지원금 지급을 차별화한 것은 법이 보장하는 문화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권한남용이라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구속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만 인정돼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김기춘-조윤선, 엇갈린 운명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징역 2년,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각각 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 “가장 정점에서 지원 배제를 지시하고 실행 계획을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 지시→정무수석실의 문화·예술인 성향 분류와 블랙리스트 하달→문체부 실행’ 순으로 지원 배제가 이뤄졌다는 특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지원 배제 행위가 은밀하고 집요한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실행됐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 정부 정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좌편향에 대한 시정이었다면 적법한 절차의 틀 속에서 투명하게 추진했어야 한다”며 “그 잣대로 사용된 야당 지지, 세월호 시국 선언 등은 국가안보 차원을 위한 기준과도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이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현 2차관)의 사직을 강요한 것도 직권남용으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에 대해선 “정무수석으로서 지원 배제에 관여하는 것을 지시하거나 이를 보고받고 승인하는 등의 행위를 담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결론내렸다. 조 전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거짓 증언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강요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지원 배제 과정에서 형법상 협박으로 볼 만한 행위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판결 후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인 김경종 변호사는 “(김 전 실장이) 직접 블랙리스트에 관해 지시하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범죄 행위가) 전체적으로 있다고 봤지만 이것이 직권남용인지에 대해선 변호인단과 의견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구치소를 나서며 “재판에서 성실하게 대답했다. (재판부가) 저에 대한 오해를 풀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영향 관심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혐의에서 김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김 전 수석 등이 공모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시 또는 지휘해 공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 등이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실행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또 최순실 씨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 등과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공모했거나 실행 행위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노 전 국장에 대한 사직 강요 혐의와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증거의 상당 부분과 주요 증인이 중복되는 만큼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부가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엽/고윤상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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