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대규 기자 ] 변압기 차단기 등을 생산하는 국내 1위 전력기기 업체 현대일렉트릭이 고려아연으로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500억원에 수주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7일 경기 분당사무소에서 주영걸 사장과 이제중 고려아연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에너지효율화 설비구축 사업 공동추진’ 계약식을 열었다. 현대일렉트릭은 오는 11월까지 고려아연 울산 제련공장에 저장용량 150㎿h(시간당 메가와트) 규모의 ESS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였던 LG화학 익산공장 내 ESS(23㎿h)보다 여섯 배 이상 크다. 비철금속을 제련하기 위해 전기로를 사용하는 고려아연은 ESS를 통해 3년간 500억원가량의 전기료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3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셈이다.
ESS란 전기가 남을 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어 전력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여름철 전력 부족 사태를 막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가능하게 한 핵심 설비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따라 수요도 커지고 있다.
ESS 관련 설비의 국내 보급 규모는 올해 상반기 89㎿h로 전년 동기(55㎿h) 보다 60%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ESS시장 규모는 지난해 26억달러에서 2025년 292억달러로 10배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일렉트릭은 ESS와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ESS에 적용해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유지보수에 증강현실(AR) 기술을 도입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주 사장은 “기술경쟁력을 갖춘 시스템과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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