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속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 열쇠

입력 2017-07-27 19:01   수정 2017-07-28 06:12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70%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전 국민의 눈길을 끈 소탈한 감성 행보와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보수진영의 불안감을 잠재운 한·미 정상회담, 진보진영을 결집시킨 거침없는 개혁 행보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잇단 인사 실패와 탈(脫)원전·최저임금 인상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쓴소리 꺼려 망가진 대통령들

역대 대통령의 출발도 좋았다. 대체로 60~80%대 지지율을 보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임기 첫해 2, 3분기 지지율은 83%(한국갤럽)까지 올랐다. 청와대 앞길 개방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안가 철거, 군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등 ‘국민이 원하는 돈 안 드는 개혁’을 취임 6개월 내에 이뤄낸 결과다. YS의 ‘전광석화 개혁’은 문 대통령 개혁 모델이다. 그런 YS의 임기 말 지지율은 6%까지 떨어졌다. YS만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 출범(1992년) 이후 임기 말 지지율이 30%가 넘은 사람은 없다.

역대 대통령의 초라한 임기 말은 단순히 단임제 대통령의 필연인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때문만은 아니었다. 레임덕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소통과 협치’라는 초심을 잃은 게 더 결정타였다. 쓴소리는 임기 초에만 통했다. 어느 순간 대통령이 쓴소리를 싫어하니 불통으로 치달았다. 소통이 될 리 만무했다. 정책이 표류하면 대통령은 타협 대신 야당 탓만 했다. 결국 측근 비리로 ‘식물정권’이 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밟아온 ‘불행의 공식’이다.

문 대통령의 성공 여부 역시 초심을 유지하느냐에 달렸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제1야당 당사를 찾고 취임 2주도 안 돼 여야 지도부를 만났다.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 “국민 모두의 정부가 되겠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41.1%를 득표했다. 전체 유권자로 환산하면 31.6%다. 유권자 열 명 중 세 사람 정도가 문 대통령을 찍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적극적인 국민통합 행보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당과의 협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은 120석에 불과하다. 야당 도움 없인 법안 하나 처리할 수 없다. 더욱이 정부가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 중 입법을 필요로 하는 게 90%다. 개혁입법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의 진통보다 더한 험로를 예고한다. 높은 지지율을 앞세운 ‘여론정치’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유혹은 아예 버리는 게 좋다.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야당 반발로 정치 실종만 부를 게 뻔하다. 정치인이 목을 매는 총선거는 2년9개월이나 남았다. 여론 압박이 통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답답하다고 국회를 해산할 방법도 없다. 야당에 양보하면서 타협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협치하겠다는 초심이 성공의 길

이런 상황에서 벌써부터 ‘대통령이 독주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탈원전 정책 추진과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무원 증원 등 논란의 중심엔 어김없이 대통령이 있다. 돈이 들지 않은 YS 초기 개혁과는 달리 하나같이 재정을 수반하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폭발력이 큰 사안들이다. “의전총리는 되지 않겠다”던 이낙연 총리는 어디 갔나. 핵심 경제 현안인 증세 논의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의 독주는 통합과 협치라는 초심에서 멀어진다는 의미다. 우려의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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