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에 투자해 2200배 잭팟 터트린 美 사립고의 행복한 고민

입력 2017-07-27 19:22  



(김동윤 국제부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립학교 세인트프랜시스 고등학교의 사이먼 츄 이사장은 한동안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학교는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기업 스냅챗의 주식에 투자해 2200배에 달하는 ‘잭팟’을 터트렸는데, 수익금을 어디에 써야 할 지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인트프랜시스 고등학교는 2012년 펀드를 조성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스냅챗에 1만5000달러(약 1660만원)를 투자했다. 학교 측이 보유한 스냅챗의 지분가치는 약 5년 만에 매입가격의 약 2200배인 3400만달러(약 378억원)로 불어났다.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학교 측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지분 3분의 2가량을 처분했다. 이달 말께면 나머지 3분의 1도 보호예수가 해제돼 시장에서 내다팔 수 있게 된다.

스냅챗은 스탠퍼드대 출신 에반 스피겔이 2011년 9월에 창업한 회사로 당시 미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행했던 모바일 메신저를 서비스했다. 얼핏 흔해 보이지만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으로 사라지도록 설정하는 ‘자동폭파’ 기능 때문에 소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미국 인터넷 업계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간과했던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학교가 스냅챗에 투자해 거금을 손에 쥐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선 수익금의 사용처를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들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면제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교사들은 “도서관을 신축하자”, “과학관을 건립하자” 등의 제안을 쏟아냈다. 츄 이사장은 고심 끝에 수익금 전액을 학교에서 설립한 자선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사립학교들은 재단 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종종 직·간접적으로 주식에 투자한다. 세인트프랜시스 고등학교도 1990년대부터 스타트업들에 투자해왔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투자금 전액을 날린 경우도 있었다. 이 학교가 스냅챗 투자로 대박을 낼 수 있었던 건 한 학부모의 권유 덕분이었다. 이 학교 학부모 중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 라이트스피드를 경영하는 배리 에거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녀들이 하루 종일 스냅챗에 몰두해 있는 걸 목격하고선 ‘돈이 되겠다’는 감이 왔다고 한다.

라이트스피드는 스냅챗의 첫번째 기관투자가가 됐다. 그는 학교 측에도 스냅챗에 투자해보라고 제안했고, 학교 측은 그의 말을 받아 들였다. 스냅챗이 창업한지 약 1년 정도가 지난 2012년의 일이다. 주식을 매입한 직후 세인트프란시스 고등학교는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다. 스냅챗이 학생들이 누드 사진을 주고 받는데 활용된다는 점이 이슈화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한때 스냅챗 주식을 550만달러를 받고 매각할 뻔했지만 주변에서 말렸다. “얼마 되지도 않은 돈을 투자했는데 좀 더 들고 가는게 어떻겠냐”고 조언하는 이들이 많았다. 결국 회사 측은 지분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학교 측은 스냅챗이 상장 절차에 돌입하면서부터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얼마나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지난 3월2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스냅챗은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주당 17달러라는 공모가로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스냅챗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공모에 참여한 덕분이다. 상장 당시 스냅챗의 기업가치는 240억달러(약 26조7000억원)로 2012년 이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4위에 올랐다.

세인트프란시스 고등학교의 ‘잭팟 사건’이 미국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이후 에거스에게는 미국 전역의 사립학교에서 자문 요청이 쇄도했다. 학교들은 “스냅챗처럼 잭팟을 터트릴 수 있는 종목을 알려달라”고 아우성쳤다. 그럴 때마다 에거스는 “세인트프란시스 고등학교와 같은 행운이 또 다시 일어나길 기대해선 안 된다”고 조언해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끝)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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