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신바람 불어 넣으면 얼마든지 잘할 것"
LG·한화 등 즉석에서 일자리 창출·상생 약속
두산 "신고리 건설 중단되면 매출 타격 불가피"
[ 조미현 / 손성태 기자 ]
2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 간 첫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이 큰 화두였던 가운데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오갔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은 실력이 있어서 기(氣)만 살려주고 신바람만 불어넣으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 우리가 저성장을 탈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기업”이라며 기업인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과의 상생 강조
문 대통령은 내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는 것과 관련해 기업인들에게 “2·3차 협력업체들이 어려울 수 있으니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기업과 거래 관계에 있는 대기업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기업인들도 중소기업과의 상생 방안을 내놨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와 계약하는 1차 협력업체에 2, 3차 업체와의 공정거래 조항을 포함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구 부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기 파주 공장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큰 도움이 됐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으로 이어졌다”며 “해외 진출 시 중소장비업체와 공동 진출해 상생협력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30년간 유지하면서 서로 성장해왔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기여하겠다”
문 대통령의 핵심 국정철학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기업인들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시 업무 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에게 건의사항과 어려운 점을 허심탄회하게 꺼내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중국에서 매출이 줄어들면서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규제 완화를 건의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한 규제와 과도한 규제가 있다. 공약한 것도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에서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는 것으로 결정되면 주요 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게 우려된다”면서도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법인세 인상은 논의되지 않아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장식 일자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에게 “비정규직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들이 비정규직의 기준이 업종과 기업별로 달라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노사 상생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정부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협력업체, 노조, 근로자와 기업이 다 같이 잘사는 경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조미현/손성태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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