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7명과 청와대 본관서 2시간11분 '진솔한 대화'
[ 손성태/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요 대기업 대표를 초청해 ‘칵테일 타임’을 겸한 두 번째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11분간 대화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사람 중심 경제를 목표로 일자리 중심, 소득 주도, 공정 경쟁, 혁신 성장을 경제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며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경제와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 새 정부 경제 철학을 기업인들이 공유해 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경제활동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정부는 정책을 통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돕는 동반자”라며 “허심탄회하게 어려운 점을 포함해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반도체는 당연히 잘하겠지 생각하시는데, 현재 반도체는 인력수급 문제에 크게 봉착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반도체산업과 관련해 인력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이공계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또 반도체 소재 장비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드린다.
▷최태원 SK 회장=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적 기업 200개를 지원해 고용 창출에 기여하겠다. 정부도 공공조달 시장에 대한 사회적 기업의 접근을 확대해 줄 것을 건의드린다. 또 사회적 가치 창출 결과를 측정하고 평가에 포함하는 시스템도 제안드리고 싶다. SK는 2, 3차 협력업체와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현금 결제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2, 3차 기업 전용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협력사 직원을 직접 채용해 고용하는 등 간접 지원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원 시절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관계 법안을 정부가 적극 추진해 보라.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적 기업의 조달시장 접근 확대는 이미 검토 중이고, 평가지표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롯데는 전체 인력의 40% 이상을 여성 인재로 채용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려온 기업이기도 하다. 서비스업과 유통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조업보다 월등하다.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을 적극적으로 건의드린다. 롯데는 앞으로 3년 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허창수 GS 회장=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많이 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정부도 이런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건의드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 관계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GS 계열사 GS리테일은 편의점 가맹점주의 최저수입 보장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조선업 위축으로 최근 직원들이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조선산업이 사양산업이고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이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고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기술과 자본, 시설이 집약된 산업이다. 조선업의 불황 극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인력 양성 및 해양기자재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부탁드린다.
▷문 대통령=2019년이면 조선산업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데 그때까지라도 공공발주를 통해 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중소업체의 경우 수주하더라도 금융 지원이 있어야 효과가 있으니 이들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찾아보겠다.
▷황창규 KT 회장=4차 산업혁명 및 인력 양성과 관련 수요·공급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과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교육센터를 공동 지원할 것을 건의드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야 중소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KT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에너지 절약만을 통해 에너지 혁신을 이루는 방법이 있다.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는 데 약 500만 개에 이르는 KT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조종사와 정비사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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