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청와대
송영무·강경화·서훈·정의용 등 외교안보 수뇌부 지하벙커 집결
[ 조미현 기자 ] 북한이 한밤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박하게 대응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린 것은 28일 오후 11시41분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10분께 청와대 본관에서 기업인 간담회를 마치고 관저에서 쉬고 있었다. 이튿날 오전 평창으로 여름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9분 뒤인 11시50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를 받고 즉각 NSC 전체회의를 소집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 소집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 등 외교안보라인은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 속속 집결했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 중이다. 자세한 상황은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 밤 중에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상임위가 아니라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가 소집된 것 자체가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외교·통일·국방부도 새벽에 비상연락망을 통해 주요 간부들을 정부서울청사로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전 1시 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NSC 전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보다 강력한 무력시위 전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 포함한 한·미 간 전략적 억제력 강화 방안 즉시 협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긴급 요청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대북 경계태세 강화 등을 지시했다. NSC 전체회의 결과는 회의 종료 후 한 시간 뒤인 새벽 3시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외교·안보 수뇌부들은 미국 측과 잇따라 전화 회담을 했다. 이순진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과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옵션을 논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고강도 제재 결의 채택 추진 및 개별국가 차원의 독자 제재 등 단호한 대응 방안을 중점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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