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양갈비…'램'에 빠진 대한민국

입력 2017-07-30 19:12   수정 2017-08-01 17:12

전문 프랜차이즈 50개·점포 3000곳 돌파
양고기 수입량은 5년새 2.5배 늘어

12개월 미만 호주산 선호…대학가엔 양꼬치 거리도 생겨
'양고기엔 칭다오 맥주' 유행 …중국술 매출도 동반 상승



[ 김보라 기자 ] 2000년대 중반까지도 양고기를 먹으려면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을 찾아야 했다. 특유의 냄새 때문에 다른 고기에 비해 홀대받았다. 몇 년 새 분위기가 반전됐다. 골목마다 양고기집이 들어서고 있다. 양고기가 마니아의 음식에서 대중 음식으로 변한 영향이다. 수입도 크게 늘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양고기 수입량은 처음으로 1만t을 넘어섰다. 2012년 수입량은 4460t이었다. 외식업체도 3년 만에 500여 개에서 3000개 이상으로 여섯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작년 양고기 수입 1만t 넘어

양고기 대중화는 양꼬치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후반 대학가와 조선족 거주 지역에 양꼬치 전문점이 작은 규모로 등장했다. 1995년부터 중국 동포들이 대거 유입된 서울 가리봉동 등 구로 지역에만 수십 곳이 문을 열었다.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 인근에는 ‘양꼬치 거리’도 생겼다. 2010년 이후에는 양고기를 고급화한 전문 식당이 생겨났다. 삿포로 칭기즈칸식 구이인 ‘라무진’은 가맹점만 각각 60여 개를 두고 있다. 2~3년 새 양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50여 개 생겨났고, 점포는 3000곳을 넘어섰다.

양고기가 대중화에 성공한 것은 ‘누린내가 난다’는 편견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식당들은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줄인 요리를 개발했고, 유럽과 중동 등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양고기를 찾기 시작했다.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진 것도 소비층이 넓어진 요인이다. 가격도 한몫했다. 양고기 가격은 100g에 1만2000~1만5000원 선으로 돼지고기보다 비싸지만 소고기보다는 싸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양고기는 12개월 미만의 어린 양이다. 양고기는 99%가량 수입에 의존하며 호주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양꼬치 인기 특수부위로 확산

국내 소비자가 찾는 부위도 다양해지고 있다. 양꼬치에 주로 쓰이는 가슴살과 양갈비 구이에 쓰이는 어깨 부위 등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가공육, 양지머리, 늑간살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고혁상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지사장은 “어린 양 특유의 맛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수입량이 늘고, 부위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고기와 함께 먹는 중국 술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식 양고기 등 요리에 곁들이는 술로 백주나 중국 맥주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정상훈 씨가 “양꼬치엔 칭다오”라는 유행어를 만든 뒤 칭다오맥주는 아예 그를 광고모델로 섭외하기도 했다. 칭다오맥주를 수입하는 비어케이의 매출은 2014년 379억원에서 2015년 558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860억원을 기록했다.

양고기 소비가 늘지만 아직 가정용으로는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2~3년 전부터 축산물 코너에서 양고기를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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