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문 연내 소각 유도
[ 정지은 / 김순신 기자 ] 금융위원회가 ‘포용적 금융’이란 새 정부의 국정철학 이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5년의 소멸시효가 지난 공공부문 장기 연체채권 21조7000억원어치를 8월 말까지 일괄 소각하기로 했다. 민간 금융회사에도 ‘자발적 소각’을 권고하기로 했다.
이 대책이 시행되면 공공부문 123만1000명, 민간부문 91만2000명 등 장기 연체자들이 빚 부담을 덜 전망이다. 정부는 8월 중 최대 100만 명 대상의 소액 장기연체채권 탕감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위가 31일 내놓은 대책은 지난해 말 ‘채권추심 가이드라인’의 후속 조치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민간 금융회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대부업체에 매각하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에도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게 법원 지급명령이다. 일부 추심업체는 5년의 소멸시효가 지난 뒤 법원에 지급명령(민사집행법)을 신청한다. 이 경우 법원은 우편으로 채무자에게 지급명령 통지를 하는데, 채무자가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10년 더 늘어난다.
소멸시효가 완성돼도 채무자가 빚을 일부 갚으면 소멸시효가 부활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추심행위도 빈번하다. ‘빚의 30%만 내면 원금을 대부분 없애주겠다’고 속이는 식으로 소액변제를 유도한 뒤 시효를 되살리는 것이다. 이처럼 소멸시효가 연장되면 채무자들은 최장 25년간 극심한 추심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국민행복기금 등 공공부문이 보유 중인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전부 소각하기로 했다. 금융공공기관의 전산에 남아 있는 채무기록을 삭제해 시효를 연장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채무자는 ‘채무부존재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금융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
일각에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를 제기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빚 탕감 정책은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김순신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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