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마다 '쩍쩍'…서울로, 두달 만에 땜질 공사

입력 2017-07-31 18:55  

공사비 600억 들였는데…바닥에 균열 80여곳 발생
200m 구간 보강공사 벌여…화분엔 시멘트 튀어 비닐 씌워

서울시, 부실 알고도 공사 논란 "안전 문제 없다" 해명 되풀이



[ 박상용 기자 ]
31일 오전 10시께 서울역 고가공원(서울로7017). 서울역 방면에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인근부터 서울스퀘어 쪽 에스컬레이터 부근까지 약 200m 구간에 배치돼 있는 수십 개 화분에 반투명 비닐이 덮여 있다. 외국인 친구와 나온 대학원생 강구영 씨(27)는 “구멍 난 비닐이 덮인 모습이 흉하다”며 “외국인 친구에게 구경시켜 주려고 왔는데 부끄럽다”고 말했다. 공원을 찾은 다른 시민들도 “화분에 물이 안 빠지는 것이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서울시는 전날 밤부터 콘크리트 바닥 균열 보강 공사를 시작해 식물에 시멘트 가루가 튈까 봐 비닐을 씌웠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바닥에 흰 선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갈라진 콘크리트 틈새를 메우는 플라스틱 ‘에폭시’를 채운 자국이다. 공원 곳곳에는 공사장에서나 쓰이는 진입 금지 테이프나 원뿔 모양의 라바콘도 있다. 인근 회사에 다닌다는 오윤학 씨(28)는 “개장한 지 이제 두 달인데 공사장인지 공원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는 보강 중인 바닥 균열이 80여 곳이라고 밝혔다. 2.5m마다 균열이 하나씩 생긴 셈이다. 국내 건축기준상 균열이 0.4㎜ 이상이면 반드시 보수해야 한다. 바닥 균열은 처음이 아니다. 개장 한 달여 만인 지난 6월에도 세 건의 균열이 발견돼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약 600억원을 들인 공사를 졸속으로 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당시 서울시는 “별 문제 아니다”며 “보강작업을 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해명이 있은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덕지덕지 보강 공사가 시작된 셈이다.

서울시는 이번에도 미관 문제로 보강 공사를 하는 것이며, 안전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멘트가 마르는 과정에서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며, 어느 건축물이나 균열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공원 아래로 지나다니는 차량의 진동이 전달되면서 특정 구간에 집중적으로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서울시는 개장 이후 균열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바닥을 콘크리트로 하면 균열이 생길 것이란 얘기가 오갔지만 원형 화분을 놓아야 한다는 설계자 요구를 따르다 보니 소재 선택에 제한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바닥을 지금(약 8㎝)보다 두껍게 하면 균열이 줄었겠지만 예산 때문에 못했다”며 “시멘트가 완전히 건조되는 내년 초까지는 균열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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