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지난해 악몽' 재연되나

입력 2017-07-31 19:18  

연기금, 지난달 코스닥서 3037억 순매도

"작년처럼 비중 낮추나" 우려에 중소형주 차익실현 매물 쏟아져
국민연금 "자금 안 뺄 것"



[ 김우섭 / 유창재 기자 ]
올 들어 고공 행진을 하던 중소형 정보기술(IT)주의 하락세가 최근 가팔라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멈춘 데다 연기금이 7월 코스닥시장에서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인 3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탓이다.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지난해처럼 ‘중소형주 비중을 낮추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중소형주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형주펀드 수익률 하락

31일 한국거래소의 투자 주체별 코스닥시장 자금 유출입 자료에 따르면 7월 ‘연기금 등’의 순매도 금액이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303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 등’ 항목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관리공단,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연기금의 직접 주식 운용 자금이나 이들 기관이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맡긴 위탁 자금의 유출입 현황을 보여준다.

월별 기준으로 연기금의 종전 최대 순매도 금액은 지난해 8월의 1388억원이었다. 연기금은 코스닥시장에서 지난 11일부터 28일까지 14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에서 빠져나간 금액만 2868억원에 달했다. 연기금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시장 수급에 민감한 펀드매니저들(투자신탁 항목)도 107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수익률 상위권의 중소형주펀드들도 주춤하고 있다. 중소형 IT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펀드들의 타격이 컸다. 연초 이후 지난 28일까지 24.6%의 수익률을 올려 중소형주펀드 중 수익률 1위에 오른 ‘대신성장중소형주’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최근 1주일 새 -1.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 1위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주 비에이치(비중 7.12%)와 3위 피에스케이(2.94%) 하락세가 영향을 끼쳤다. 수익률 2, 3위인 하이중소형주플러스와 맥쿼리퇴직연금뉴그로쓰 역시 펀드 내 비중 1~3위 안에 있던 이녹스와 피에스케이, 비에이치, 에스엠코어 등의 부진에 최근 수익률이 떨어졌다.


◆연기금, 중소형주 축소 나서나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몇몇 운용사 및 투자자문사에 맡긴 주식 위탁 운용자금을 7월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 운용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매도 물량이 코스닥시장 수급을 일시적으로 악화시킨 것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중소형주가 크게 짓눌렸던 지난해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위탁운용사들에 대형주 편입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뒤 중소형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42개 중소형주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도 -7.42%까지 떨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국민연금의 코스닥 종목 매도세가 연말까지 이어졌다”며 “지난해 기억을 떠올리고 미리 ‘팔자’에 나선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와 공모펀드 매니저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얼마 전 사퇴한 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함께 지난해 대형주 중심의 운용 전략을 이끈 조인식 해외증권실장이 최근 기금운용본부의 임시 수장(본부장 대행)을 맡은 것도 중소형주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중소형주 비중을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최근 위탁 운용사 교체는 부진한 운용사 자금을 성과가 나은 곳으로 옮기는 정기적인 교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중소형주 유형의 자금을 빼 대형주 등 다른 유형으로 옮길 계획은 없다”며 “이미 세워둔 자금 운용 계획의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섭/유창재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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