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정유라 지원, 3인 회의서 최종 결정…이재용 부회장은 없었다"

입력 2017-08-01 19:19  

막바지로 치닫는 이재용 재판

2일 마지막 신문…이달 하순 1심 선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 공소사실 부인
"대통령 지시로 지원했다는 기존 진술은
국정농단 보도에 영향받은 내 추측일 뿐"



[ 좌동욱/고윤상 기자 ]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1일 “최서원(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에 대한 삼성전자의 승마 지원 결정은 2015년 8월5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본인, 박상진 전 사장 등 3인이 참석한 회의에서 최 실장이 최종 결정했다”며 “최씨 측 요구를 거절할 경우 삼성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위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 실장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이 부회장 지시로 삼성 측이 최씨 일가에 승마 지원을 결정했다는 특별검사 측 공소 사실과 배치되는 것이다.

◆진술 번복에 당황한 특검

장 전 사장은 이날 서울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열린 49차 공판에 피고인으로 참석했다. 장 전 사장은 과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이던 미래전략실 2인자로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를 총괄했다.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장 전 사장은 2015년 7월 이후 최씨 일가에 대한 승마 지원 후속조치를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를 묻는 특검 측 질문에 “본인은 보고하지 않았다. 보고는 (최지성) 실장 선에서 한다”고 말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최씨에 대한 구체적인 승마 지원을 이 부회장이 몰랐다는 삼성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장 전 사장은 특검이 공소 사실의 주요 증거로 삼은 특검 진술 내용도 일부 번복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으로 어쩔 수 없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지원했다는 본인의 특검 진술 내용은 추측성 발언”이라며 “특검에서 조사받을 무렵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집중 보도되던 분위기 영향을 받아 최순실의 뜻이 대통령 뜻이겠구나 생각해 진술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 당시 삼성에 올림픽 지원을 요청한 것을 놓고 최씨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잘못 이해하고 특검에서 진술했다는 의미다. 이는 장 전 사장의 발언 등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1차 독대(2014년 9월15일) 당시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요구했다는 특검의 공소 사실을 흔드는 내용이다. 특검 측은 이 같은 장 전 사장의 발언이 끝나자 다소 당황한 기색으로 그의 검찰 조서 내용을 법정 스크린 화면에 띄우며 “검찰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묻기도 했다.

◆특검·변호인 결과 자신 못해

장 전 사장은 지난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법정에서 삼성그룹의 경영 방식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부회장, 최 전 실장, 장 전 사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 등 4명이 거의 매일 모여 삼성그룹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고 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식사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업무상으로 4명이 같이 모여 회의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삼성그룹 주요 경영진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은 2일 이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을 끝으로 마무리 절차를 밟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오는 7일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구형하면 재판부는 이달 하순께 1심 선고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5개월여간 진행된 공판에 60명의 증인을 법정으로 불러내 ‘진실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양측 모두 “유무죄 여부를 도저히 가늠하지 못하겠다”며 초조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제외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핵심 피고인 중 무죄로 풀려난 사람은 전무하다”며 “재판부가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가 유무죄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고윤상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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