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취준생 두 번 울리는 '불량 취업학원'

입력 2017-08-01 19:25   수정 2017-08-02 05:24

"대기업 취직시켜 줄게"…수백만원 수강료 받고 돌변·갑질까지


[ 성수영 기자 ]
취업준비생 윤모씨(28)는 서울 강남의 한 취업학원 종합반에 등록했다. 2개월 과정에 200만원이라는 거액의 수강료가 아까웠지만 한 번에 결제했다. 대기업 취업 꿈에 부풀었지만 윤씨는 한 달 만에 학원을 중도하차했다. “유명 대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더니 학원비를 받은 뒤 태도가 돌변하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학원은 “명문대생이 아니라서 대기업 취업은 힘들다”고 말을 바꿨다. 또 약속한 자기소개서 첨삭을 ‘수강생이 많다’는 이유로 3주나 미루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남은 한 달 치 수강료 100만원 환불 요청에도 학원 측은 “취소 수수료를 제하면 돌려줄 돈이 없다”며 버텼다.

◆인사업무 경력도 없는데 ‘족집게’ 행세

취업난으로 취업학원이 난립하면서 ‘불량 취업학원’의 부실한 강의와 갑질에 피해를 보는 취준생이 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 경쟁하다 보니 허위사실로 절박한 취준생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기성 행위도 빈번하다.

올 3월에는 한 유명 승무원 전문 취업학원이 학원 수강생들에게만 중국 유명 항공사의 면접 기회가 주어진다고 광고를 내기도 했다. ‘독점적인 협약을 맺었다’는 설명에 많은 수강생이 몰렸다. 하지만 학원의 주장에 의심을 품은 수강생들이 직접 문의하자 해당 항공사가 한국의 어떤 학원과도 업무협약을 맺은 적 없다는 답신을 보내면서 들통이 났다. 거짓말에 속아 월 200만원의 수강료를 날린 학생 200여 명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경력 부풀리기를 통한 ‘무자격 강사’의 시장 진입도 문제다. ‘대기업 합격 청부사’를 자처하는 한 유명 취업학원 강사 A씨는 인사업무 경력이 전혀 없다. 중견기업에 다니면서 수년 동안 채용과 무관한 일을 한 게 직장 경력의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인사담당자 출신이라고 광고하지만 정작 정확한 경력을 밝히지 않는 강사가 많다”며 “경력 부풀리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취업학원 실효성 맹신 말아야

취업학원은 수강료로 월 30만~100만원을 받고 자기소개서, 인적성검사(필기시험), 면접을 종합적으로 지도한다.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고 자연스러운 표정과 화법, 적절한 단어 사용법 등을 가르치는 식이다. 5년여 전부터 본격 등장해 서울에만 2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절반 정도인 10여 곳이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최근 1~2년 새 문을 열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6월 말 기준)로 집계된다. 하지만 실업자 통계에서 빠지는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3%로 추정되고 있다.

‘무자격 강사’ 문제는 국비 지원을 받는 직업훈련기관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업훈련기관 강사 4만5000여 명 중 훈련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비율은 16%에 그친다.

취업학원의 실효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면접 가이드북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가장 좋은 취업준비”라고 조언했다. 또 “사설 학원을 맹신하기보다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면접 프로그램 등을 우선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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