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가도 돼요"…'군함도' 류승완 감독의 정면돌파 (인터뷰)

입력 2017-08-02 08:38   수정 2017-08-02 11:08

영화 '군함도' 류승완 감독 인터뷰

"식민사관 옹호 지적, 비이상적 주장"
"대중영화 감독으로 몰입감 있게 표현"



"다시 한번 '군함도'를 만들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 만들었던 방식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온갖 오명에도 류승완 감독은 떳떳했다. 그가 '베테랑' 이후 2년 만에 선보인 영화 '군함도'는 '뜨거운 감자'다.

영화는 1945년 일제강점기 하시마 섬, 일명 군함도에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옥섬'이라 불린 군함도에 조선인들의 강제 징용이라는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로 조선인 대탈출극이라는 픽션을 가미했다. 류 감독의 뚝심이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힘들었을 법한 작품이다.

'군함도'는 개봉 전부터 크게 화제를 모았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 화려한 스타 캐스팅을 자랑하며 예매율 70% 육박했다. 하지만 스크린에 걸린 첫 날부터 독과점 논란에 휘말렸다. 전국 2758개 스크린 중 2027개의 스크린서 상영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장면이 촛불 집회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좌익 영화', 국뽕(배타적 국수주의)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또 한편에서는 식민사관을 옹호하는 영화라며 류 감독을 조리돌림 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진 만큼 관객도 늘었다. 지난달 26일 개봉 후 누적 관객수 453만 5517명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8월 1일 기준)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은 먼저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운을 뗐다. 과거 류 감독은 스크린쿼터제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터라 '하필이면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베테랑'처럼 난리났던 영화를 비롯해 제 영화는 단 한 번도 독과점 논란에 휘말린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만든 영화 중 영화적으로 가장 많은 메시지가 있고 이야기 되어야 할 이 영화가 그런 논란에 휩싸이니 마음이 무거워요. 명쾌하게 밝히는 점은 (독과점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창작자, 감독, 제작자 중 상영과 배급에 관여하는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개봉일 아침에 알고선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라고 했으니까요. 스크린 수를 듣고 이게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미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범위에서 시작 된 것 같아요."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를 통해 독과점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했다.

"해마다 이런 논란에 휩싸이는 작품이 있지요. 과거 '괴물'도 그랬고요. 영화감독들은 서로 작품을 보고 격려하는 상황인데 비정상적인 시장의 시스템 때문에 창작자들이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되고 있어요. 이 영화를 통해 다른 영화계 동료들이 역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합니다. 전체 스크린서 몇 퍼센트 이상 걸 수 없도록 제재를 해야해요. 영화를 만든 사람은 작품의 가치를 지키고, 관객은 더 다양한 영화를 만날 권리를 찾아야지요."


예민할 수 있는 질문에도 애둘러 말하거나 피하는 법이 없었다. 류승완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이어 '식민사관' 옹호라는 예기치 못한 반응에 대해 "영화를 본 분들은 아니라는 걸 안다"라며 "'식민사관'이라는 주장은 비이상적인 주장이라고 정확하게 말씀 드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류 감독은 '군함도'라는 소재 자체의 특수성 때문에 영화 제작을 준비하면서 이 같은 논란을 예감했다고 했다.

"웬만한 비판은 받아들이지만 악의적으로 짜깁기해 논란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다루면서 제국주의의 범죄행위를 다루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와 동시에 그들에게 부역했던 친일의 문제를 제외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했죠."

'군함도'는 우리 역사에서 현재진행형이다. 류 감독은 "반민족특별위원회가 친일 청산을 하지 못했고, 유네스코 등재 당시 권고사항을 지키지도 않았다"라며 "친일에 의한 적폐청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조선인은 무조건 착하고 일본인은 무조건 약하다'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작품을 이끌었다면 조금은 쉬운 길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비포장도로를 택했다. 일제강점기 시대, 있었을법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고 싶어서다.

"혹자는 쉬운 길 두고 가시밭길을 왜 걷게 됐냐고 묻습니다. 기대와 다른 것에 대한 충돌은 있을 거라고 봤지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창작한 인물과 탈출 장면을 포함한 사건 모두를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만들었습니다. 역사적 사실, 시대·공간적 배경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인물들입니다."


영화는 군함도가 어떤 곳인지 설명하기 위해 러닝타임 중 40여 분을 할애한다. 해저 1000m 아래 평균 45도를 육박하는 고온, 가스 폭발 사고에 노출된 조선인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채굴 작업에 동원됐다. 초반부터 생생하게 전개되는 이 장면은 이 영화가 과거와 맞닿아 있음을 체감하게 한다.

"일본 제국주의에 기생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극중 '회사'라는 용어가 나오죠. 이들은 전범 기업으로 전범 재판을 받지 않기 위해 조선인을 몰살하려고 합니다. 그때 당시 기업 시스템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명하기보다 극한의 상황에서 그들에 대항하고, 그것이 더 극한으로 몰아가는 전개의 방식을 택했습니다.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몰입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의무잖아요."

류승완 감독은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라고 일축했다. '왜곡'이라는 단어는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영화 첫 장면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이라고 밝혔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자문하고, 흐릿한 자료 사진을 찾아가며 소품 하나하나 공수했습니다. '그럴 수 있죠'라고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트집잡기 입니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군함도'에 대해 "사실을 반영한 기록영화는 아니다"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한 국가의 관방장관이라는 사람이 나와 인터뷰의 앞은 잘라내고 뒤만 가지고 유리하게 말한 것입니다. 유네스코 등재 때 군함도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거 안 하고 왜 영화를 확대 해석해 이용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일이 청산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호하게 대응해야죠. 저는 일본 안 가도 돼요, 지금까지 안가도 잘 살았는데요 뭐."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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