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론몰이식 '이재용 재판', 법 앞에 평등한 건가

입력 2017-08-02 18:0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제 처음 삼성 뇌물공여 혐의 재판의 증언대에 섰다. 석 달째 이어진 재판은 내주 초 특검의 구형과 이달 말 선고를 남겨놓고 있다. 혐의의 핵심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청탁의 대가로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느냐다. 그간 수십 명의 증인 심문을 거쳤지만 이를 입증할 결정적 근거는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특검의 장담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이틀간 피고인 신문에 나온 삼성 측 전직 고위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정유라 승마훈련 지원은 미래전략실 3인 회의(최지성 전 실장, 장충기 전 차장, 박상진 전 사장)에서 결정했고 △특혜 논란 가능성을 우려해 이 부회장에겐 보고하지 않았으며 △최순실의 ‘해코지’가 두려워 지원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은 “그렇게까지 합병해야 하냐”며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으나 미래전략실이 설득해 성사시켰다는 증언도 나왔다. 삼성도 최순실 사기의 피해자란 얘기다.

청탁이 입증되지 않으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은 법리의 기본이다. 문제는 재판부가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다. 선고 과정은 TV로 생중계될 것이 유력하다. 대법원부터 여론을 의식해 중계를 결정한 마당이다. 게다가 현 정부는 국정과제 1호(적폐청산)의 세부 실천과제로 ‘국정농단 기소사건의 철저한 공소 유지’를 내걸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 구속적부심 과정에서처럼 엄청난 유·무형의 압력이 쏟아질 게 뻔하다. 주변 여건이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에 변수가 된다면 공정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하며, 재판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진행돼야 한다. 물론 누가 됐든지 증거가 뚜렷한데도 무죄로 둔갑하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 반대로 사회고위층이면 증거가 부족해도 강력히 처벌하는 게 정의일 순 없다. 우리 사회에선 언제부턴가 기업인은 ‘유죄 추정’이요, 증거에 따라 무죄나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면 ‘유전무죄’요, 법 앞에 불평등하다는 비난을 쏟아낸다. 재판에 여론이 개입한다면 사법부는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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