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제약은 왜 토니모리에 팔렸을까

입력 2017-08-03 10:00   수정 2017-08-08 09:55



(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지난 2일 토니모리가 태극제약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제약업계의 분위기가 뒤숭숭했습니다. 제약사들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는 많지만, 화장품 유통회사에 팔린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태극제약은 연고제 분야에서는 국내 최대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는 회사인데요. 기미·주근깨 치료제인 ‘도미나크림’, 상처 치료제 ‘벤트락스겔’ 등이 유명하죠. 때문에 태극제약의 연고제 기술과 화장품 유통업체가 만나 코슈메슈티컬(코스메틱+파마슈티컬)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피부재생크림처럼 의약품인지 화장품인지 모를 경계에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효과도 빠르고 피부 트러블을 줄여주는 제품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제약업계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입니다. 충남 부여에 있는 태극제약의 연고제 생산공장은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유럽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EU GMP)을 획득했는데요.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이 인증이 필수적입니다. 태극제약은 GMP 인증을 받기 위해 해외 전문 컨설턴트 인력 5명을 배치하고 최신 설비에 100억원을 투자했죠. 연 매출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자금을 설비에 투입한 겁니다.

태극제약은 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 유럽 등에 수출하고 동아제약, 한미약품, 광동제약, 유한양행, 현대약품 등 국내 제약사 16곳으로부터 수탁을 받아 20여개의 연고제도 제조해왔습니다. 그런데 대량생산으로도 수익을 내긴 어려웠습니다. 태극제약은 작년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영업이익은 26억원, 당기순손실 8억원이었습니다. 화장품 프리미엄 라인은 가격이 수십만원까지 가지만 연고제는 의약품이라서 이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도 영향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1957년 설립된 태극제약은 올해 환갑을 맞아 변화의 시기를 겪게 됐는데요. 토니모리의 톡톡 튀는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전략, 유통망이 태극제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됩니다. (끝) /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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