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기업지배력 어떻게 확보하나" 이재용 "창업 3세는 지분율보다 비전이 더 중요"

입력 2017-08-03 18:01   수정 2017-08-04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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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치닫는 삼성 재판

재판부, 이재용 부회장 40분간 직접 신문

재판부: 합병 문제 왜 남의 일처럼 말하나
이재용 "전문경영인 판단 신뢰…방관한건 아니다"

재판부: 청와대가 관심보인 영재센터 왜 안챙겼나
이재용 "자율적으로 일한 간부들 일일이 보고 안 해"



[ 좌동욱/고윤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주요 경영진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공판이 3일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끝으로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다섯 달에 걸친 재판 기간 동안 증인 60여 명이 법정에 나와 진실 공방을 벌였다. 재판의 핵심 피고인인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은 이틀에 걸쳐 7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재판부도 40분간 이 부회장을 직접 신문했다. 재판부의 질문은 그동안 변호인과 특별검사 측 공방에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대목에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소상하게 답변했다. 자신에게 다소 불리한 증언들도 개의치 않고 소신있게 발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은 재판부와 이 부회장의 주요 신문 내용이다.

▷재판부=이번 사건의 중요한 문제다. 피고인(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대통령에게 잘 보이거나 밉보일 경우 피고인 또는 삼성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불이익을 생각했었나.

“2차 독대 당시 승마협회를 지원하라는 요청을 잘못 처리했다가 받는 불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통령 지시대로 직원을 바꾸거나 지원을 하는 문제는 간단한 사안이다. 이 문제로 삼성이 불이익을 받을까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3차 독대 당시) JTBC 방송에 대한 이야기는 불이익 정도에 그칠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잘못하면 정치적 오해로 인해 정치 보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피고인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피고인은 일부 회사(옛 제일모직)의 대주주다. 마치 남의 일처럼 전문경영인 결정을 존중했다는 게 피고인 설명이지만 어색하게 들린다.

“남의 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때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싸우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저는 의사결정을 제일 잘할 수 있고 기업 경험도 많아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분이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분이 많고 적은 것은 관계없다. 합병을 추진한 사람들은 모두 직원들을 아들 딸처럼 생각하고 회사 미래를 걱정한다. 그런 분들이 고심을 했고 미래전략실에서도 놓친 부분이 있나 체크를 했다. 그 결정을 신뢰한 것이지 방관한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어떻게 생각하나.

“금융과 보험업이라는 게 굉장히 어렵다. 설명을 들어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제 자만인지 모르지만 삼성생명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며 경영진은 가장 훌륭한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회사 미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 판단이라고 믿었다. ”

▷미래전략실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 피고인으로부터 삼성전자에 이르는 출자 구조가 짧아지고 간결해진다는 사실은 들었나.

“당연히 들었다. 통합회사 지분이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제게 보고했다.”

▷기업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창업자나, 이건희 회장님처럼 창업 2세지만 회사를 재창업하신 분들과 저는 다르다. 3대째가 되면 창업하신 분들과 다른 사회적 요구 사항들이 있다. 저와 제 주위의 스태프(참모) 관계 설정을 더 지혜롭게 해야 한다. 제 입장에서는 지분율 1~2%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기업이나 삼성생명처럼 공적인 금융기관이면 단순한 지배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경영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회사에 비전을 줄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동계올림픽 영재센터 지원은 대통령 관심 사안이고 청와대 경제수석이 추진했다. 그런데도 (후속조치에 대한) 보고를 전혀 받은 바가 없나.

“선대 회장님은 모르지만 저희 회장님 때부터 정부에서 요청이 오면 담당부서로 위임하고 알아서 처리한다. 후속조치는 위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겠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야구다. 회사 직원들은 제가 야구 좋아하는 것 다 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류중일 삼성라이온즈 감독이 교체된 것은 뉴스를 보고 알았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줘도 잘 믿지 않는다. 삼성 문화가 원래 그렇다.”

▷최지성 전 실장에게 동계올림픽 영재 센터 말씀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했다. 지원을 하라는 말인가, 아니면 하든 말든 알아서 결정하라는 의미인가.

“일반적으로는 알아서 지원 여부를 결정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굳이 묻는다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한 사안이다. 삼성은 스포츠 마케팅에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돈을 쓰고 있다. 그날 발언은 웬만하면 해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미다. 방법은 알아서 하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2차 독대를 준비하는 내부 회의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을 질책한 이유는 뭔가.

“박 전 사장은 삼성전자 사장으로 오기 직전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 사장을 지냈다. 당시 박 사장의 경영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 있었다. 박 전 사장은 전임자가 해외 기업과 추진한 합작사(SB리모티브) 계약을 해지했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1조원에 가까운 부실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박 전 사장은 회의에서 승마협회에 파벌이 있고 문제가 많다는 식의 불만을 토로했다. 구체적인 대책 없이 불평하는 것은 제가 싫어하는 보고 방식이다. 여기에 아시아 승마협회라는 쓸데없는 감투까지 쓰려고 하길래 그 자리에서 트집을 잡은 것이다.”

좌동욱/고윤상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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