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대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심리가 7일 마무리된다.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던 박영수 특별검사에 의해 2월 28일 재판에 넘겨진 지 160일 만이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직 고위임원 5명의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재판에서는 특검팀이 의견을 밝히는 논고와 재판부에 형량을 제시하는 구형, 변호인단의 최종 변론,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이 이어진다.
특검팀은 혐의가 무거운데도 삼성 측이 계속 부인하는 점, 이 사건이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을 이루는 점 등을 고려해 이 부회장 등에게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인 측은 애초 특검의 무리한 짜맞추기식 수사였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며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핵심 쟁점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최종 변론은 각각 30분씩 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측 피고인 5명도 길지 않게 마지막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선고는 통상 결심 공판 2∼3주 뒤에 이뤄진다. 이 부회장의 1심 구속 만기가 27일인 점을 고려하면 그 직전에 선고 기일이 잡힐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지난 3월 공판준비 절차에 이어 4월 7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이달 4일까지 꼬박 매주 2∼3차례씩 52번 재판이 열렸고, 증인으로 나온 사람만 59명에 이른다. 마지막 증인으로 채택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끝내 소환에 응하지 않고 증언을 거부했다.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삼성 승계 작업의 실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3차례 독대 내용, 부정한 청탁의 존재와 대가성 지원, 뇌물 수수·공여 합의 여부, 승마 지원 과정의 '말 세탁'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이나 '대통령 말씀자료',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 메시지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메모지, 황성수 전 전무의 이메일 자료 등이 주요 증거들로 제시됐다.
이 부회장 측은 독대 상황을 직접 보여주는 증거나 진술이 없고 핵심 의혹은 추정일 뿐이라며 뇌물 혐의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특검팀은 여러 관계자의 증언과 간접·정황 증거들로도 뇌물 혐의가 뒷받침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각종 증거가 범죄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지를 비롯해 당사자 진술, 관계자 증언의 신빙성·합리성 등을 따져 최종 유·무죄 판단을 내리게 된다.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1·2심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재판부가 중계를 결정할지도 관심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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