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 마치고 오는 11일 퇴임, 그간 현장 찾아 지구 10바퀴 다녀
"탈스펙채용 걸림돌은 필기시험 비용, 정부가 획기적 대안 마련해야"
[ 심은지 / 강은구 기자 ] “어제 공단 신입사원 70명을 만난 자리에서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라는 책을 선물했습니다. 신입사원들은 역설적으로 느꼈겠지만 스스로 역량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거든요.”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앞둔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사진)은 6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모든 노동자가 끊임없이 직업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은 일자리 평가·개발·훈련기관이다. 4차 산업기술을 포함한 각종 국가자격 검정, 청년 해외취업 사업(K무브),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운영 등을 담당한다.
그는 “1979년 미래학자 젠킨스가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30년 후 비교해보니 오히려 다양한 일자리가 생겼다”며 “어떤 직업이 생기고,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가 일방적으로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자리를 위협받는 근로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직업능력 개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11일 퇴임 후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로 복귀한다. 직업능력개발원장을 지낸 2년10개월을 더하면 6년 만에 교단에 서는 것이다. 퇴임 소감을 묻자,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공단 직원들뿐만 아니라 140여 곳 사업 파트너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뒤돌아보니 공단 이사장을 맡은 3년간 이동한 거리가 지구 10바퀴 거리인 40만㎞였다”며 “두바이에서 취업한 청년부터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한 지방 중소기업 대표까지 만나 얘기를 듣느라 국내외 현장을 쉬지 않고 다녔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공단이 고용부의 사업 위탁기관이 아니라 일자리 지원 중심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임 기간 ‘현장 경영’을 모토로 삼아 공단 24개 전국 지사 임원들의 현장 방문 건수를 매달 공개하기도 했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블라인드 채용 확산’에 대해선 “민간 기업에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선 혁신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신입사원 100명을 뽑는데 몇만 명씩 지원하는 취업난 상황에서 기업이 어떻게 블라인드 채용으로 뽑겠냐”며 “정부가 필기시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모델을 제시해야 공공뿐 아니라 민간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탈(脫)스펙 채용을 확대하려면 그에 따른 대안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박 이사장은 “고용 시장에서 학벌보다는 직무·능력에 따라 대우받도록 하겠다는 건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고졸취업성공시대, 박근혜 정부의 능력중심사회, 이번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등은 일관되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근로자들의 역량 개발을 지원하는 공단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사진=강은구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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