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역사가 된 개인의 삶과 흔적

입력 2017-08-06 18:28   수정 2017-08-07 06:11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증특별전
7일부터 400여점 연말까지 전시



[ 서화동 기자 ] 1978년 9월26일 충남 서해안의 안흥시험장에서 불기둥을 내뿜으며 미사일이 하늘로 치솟았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설계·개발한 첫 국산 탄도미사일 ‘백곰’이었다. 이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 탄도미사일 보유국이 됐다. 기술력의 한계를 넘어 도전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백곰은 1970년대 자주국방의 국가적 열망과 의지의 결정체였다.

백곰미사일의 개발 과정을 담은 연구노트와 개발 성공의 기쁨을 담아 제작한 기념패가 일반에 공개된다. 7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하는 기증특별전 ‘아름다운 공유’를 통해서다. 백곰 미사일 성공 기념패와 연구노트를 기증한 박준복 박사는 한국 미사일 개발의 산증인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73명에게 기증받은 자료 4만3000여 점 가운데 400여 점이 공개된다. 173명의 기증자가 전하는 각각의 사연과 대표 자료들이 전시된다.

1966년 6월25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 김기수 선수의 세계권투협회(WBA) 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 도전 경기가 열렸다. 상대는 이탈리아의 챔피언 니노 벤베누티. 경기는 치열했다. 3분씩 15라운드까지 접전을 벌였다. 김 선수의 판정승. 한국의 첫 세계챔피언 탄생에 한여름 밤 온 나라가 들썩였다. 가난하던 시절, 온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김 선수의 세계 챔피언 벨트와 글러브도 전시에 나온다.

대한민국 1호 기술사인 김명년 씨가 기증한 상패는 서울시 지하철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서울 지하철 1호선 건설 공로로 받은 것이다. 김씨는 32세이던 1964년 제1회 기술사 시험에서 최연소로 합격해 경부고속도로의 도상(圖上)설계를 맡았고, 세계 최초 진동방지 공법으로 지하철 1호선을 개통했다. 그는 “자본과 기술 등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한국 기술로 만든 지하철이 지금도 운행되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찾아낸 박병선 박사의 여권과 타자기, ‘고바우 영감’으로 시사 풍자만화의 문을 연 고 김성환 화백의 작업 도구와 원화,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사건의 진실을 드러낸 당시 독일 신문기사, 2002 월드컵 공식 기록 영상물 등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4·19혁명 당시 중앙청으로 돌진하는 시위대, 광주민주화운동 때 시내버스로 바리케이드를 친 모습, 1987년 6월 항쟁, 실향민의 삶 등을 담은 사진자료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31일까지.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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