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G2 '힘 자랑 무대'된 아덴만 지부티… 중국, 미군 턱밑에 첫 해외 군사기지

입력 2017-08-06 19:04  

지중해·인도양 인접한 요충지
세계 물동량의 20% 통과, 중동·남아시아 접근도 쉬워
일본 자위대·영국·프랑스 군대도 주둔

해양패권 확보 속도내는 중국
미군 캠프서 불과 13㎞ 거리에 중국 특수부대 등 수천명 상주
미국·일본 등 중국 기지 가동에 '긴장'



[ 강동균 기자 ] 국토 면적은 한국의 4분의 1, 인구는 90만 명에 불과한 나라. 연간 수출액은 세계 190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100달러로 세계 186위. 아프리카 동부에 있는 ‘지부티’를 나타내는 숫자다. 이 작은 나라가 세계열강의 군사기지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구축해 지난 1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미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주요 바다 연결하는 전략 요충지

아덴만 서쪽에 있는 지부티는 바다를 건너 아라비아 반도와 마주한다. 북쪽으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와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에 닿아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해상 무역통로를 연결하는 곳이다.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 아덴만에 있는 너비 30㎞의 바브 엘 만데브 해협은 세계 무역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지부티는 이 해협에 접한 아프리카 쪽의 작은 나라다. 지중해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홍해와 인도양을 왕래하는 선박들은 지부티를 지나야 한다. 이 때문에 지부티는 ‘홍해의 두바이’ ‘인도양의 싱가포르’로 불린다.

프랑스는 19세기 영국의 점령지던 예멘의 아덴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기지로 지부티를 활용했다. 지부티는 1977년 프랑스에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외인부대를 중심으로 한 1500명 규모 프랑스군의 보호를 받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강대국은 경쟁적으로 지부티에 진출해 군사기지, 항만, 공항, 철도 등을 건설했다. 독일과 러시아,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까지 해적 격퇴 병력을 주둔시킨 상태다. 아덴만엔 소말리아 해적이 자주 출몰한다. 이들 국가의 군사시설 사용료가 지부티 전체 국가 수입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중국, 지부티에 첫 해외 기지 구축

중국은 지난 1일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을 맞아 지부티 기지 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군함 입항과 함께 열린 지부티 기지 가동 기념식에는 전중 인민해방군 해군부사령관과 지부티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다. 지부티와 중국 국가가 각각 연주됐다.

중국 해군은 지부티 기지가 지부티 정부와의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건설됐으며 양국 국민의 공통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지부티 기지의 주요 임무에 대해선 소말리아 해적 단속과 유엔 평화유지 활동, 인도적 지원, 재외국민 보호, 응급 구호, 국제 전략항로 안전 유지 등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중국의 지부티 군사기지는 각국의 경계를 사고 있다. 해양 진출을 확대하는 중국이 국외에 처음으로 구축한 대규모 군사기지라는 점에서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해적 퇴치 활동인 호위항해 임무에 가담한다는 명목으로 아덴만과 인도양에 해군 함대를 정례적으로 파견했다. 이를 빌미로 2015년 5월부터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짓기 시작했다.

지부티 기지엔 콘크리트 건축물과 도크 등이 들어섰다. 부두와 항만시설도 갖춰졌고 무기고와 군함·헬기 방호시설도 세워졌다. 중국 해군 육전대(해병대)와 특수부대, 작전 병력과 일반 인원을 합쳐 수천 명이 사실상 영구 주둔한다.

중국은 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지부티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부티와 에티오피아를 연결하는 3억2200만달러(약 3700억원) 규모의 수도관 건설과 아디스아바바-지부티 철도 건설(4억9000만달러), 비츠딜리 신국제공항 건설(4억5000만달러), 아프리카 최대 국제 자유무역지구 건설 등 대형 인프라 건설사업을 하고 있다.

중국이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확보한 것은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을 현실화하는 데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진주 목걸이란 중국이 아프리카, 중동에서 남중국해까지 해로를 따라 투자·개발하는 거점 항구를 이으면 진주 목걸이와 비슷한 모양이 된다는 데서 생겨난 용어다. 지부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 실현의 핵심 거점이다. 또 북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 지역에서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군사적 요충지다.

지부티에는 미군기지와 일본 자위대의 활동거점이 있어 중국은 미·일 양국을 견제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중국의 지부티 기지는 미군 드론·특수전부대가 있는 르모니에 기지와 불과 13㎞ 거리에 있다. 미군기지의 턱밑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해두고 해양 패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바짝 긴장, 일본 군사기지 확대 추진

일본은 중국의 지부티 기지 가동이 시작된 첫날 수중 탐지를 위해 해상자위대 소속 잠수요원을 정박 중이던 중국군 함정에 접근시켰다가 발각돼 마찰을 빚었다. 중국 측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조명을 비추고 경고 방송을 통해 일본 잠수요원을 쫓아낸 뒤 관련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해상 수송로인 지부티 인근 해역의 해적 출몰에 대응하기 위해 2011년 7월 지부티에 해상자위대 소속 6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국제공항 인근에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에 대응해 올해 지부티 군사기지를 확장하기로 했다. 동부 민간인 지역을 추가로 임차해 C-130 수송기와 자위대 장갑차량을 상시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지 기지에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거점 기능도 보강할 계획이다.

미국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지부티에만 기지를 두고 있다. 르모니에 기지는 2001년 9월11일 테러 공격 이후 설립돼 대(對)테러작전을 수행하는 병력을 중심으로 4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일부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표적 무인항공기 격추 등 비밀 임무에 관여한다. 국제공항과 인접한 이 기지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한 영구적인 미군 기지다. 미국은 중국의 지부티 기지가 미군 기지와 너무 가까워 미군이 아라비아 반도와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진행 중인 대테러 작전의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한국도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구축해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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