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국정농단 촛불시위 과정에서 호남을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광주지방경찰청에 항의 전화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이 청장은 강인철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지 좋냐”는 식의 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7일 한국일보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8일 SNS 공식계정에 ‘광주 시민의 안전, 광주 경찰이 지켜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보고 이 청장이 강 청장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해 막말을 쏟아내고 언성을 높였다.
당시 게시물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와 ‘국정농단 헌정파괴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플래카드 아래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담겼다.
당시 차별화된 문구에 시민안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경찰의 모습이 담겨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를 본 이 청장은 다음날 오후 4시쯤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당신 말이야. 그 따위로 해놓고”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강 전 청장은 “본청에서 글을 내리라고 한다”며 과·계장 10여명을 불러 대책을 논의한 뒤 해당 글을 삭제하고 촛불집회 예고와 교통 통제 안내 글로 바꿨다.
촛불집회 시각 1시간 전인 19일 오후 4시쯤 올라온 새로운 글에는 ‘민주화의 성지’나 ‘경찰이 지켜드립니다’ 문구, 플랜카드 사진 등이 없어졌다. 오후 6시와 오후 7시20분 교통 통제 구간을 알리는 글, 오후 9시20분 집회 종료를 알리는 글만 담겼다.
이를 두고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압이 아니더라도 내용의 민감성 때문에 경찰이 ‘자체 검열 한 게 아니냐'는 식의 말들도 오갔다.
당시 광주경찰청은 집회 상황을 알리기 위한 글이었고 삭제가 아니라 상황을 업데이트 한 것일 뿐 이라고 해명하며 의혹을 일축했었다.
그러나 논란 발생한 지 10여일 뒤인 같은 달 28일 강 청장은 지휘관에서 물러나 치안감 승진자가 주로 받는 경기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에 이 청장은 “직접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으나 강 청장은 “이 청장과 통화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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